일하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아래 인격에 대한 글을 보니 저연차 입장에서의 글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고연차와 저연차의 분쟁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지혜로운 생각이나 일을 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고 싶은 마음에 적어봅니다.
저는 현재 8년차이고 4년차부터 온갖 종류의 상식 밖의 일들을 겪었습니다. 임원의 폭언, 협박 등부터 우유부단, 책임전가, 거짓말하는 팀장, 입만 털고 일 안하는 프리라이더 동료, 선배 등등... 부문의 1/2 정도가 이런 부류로 가득찬 곳에서 약 3년을 일했습니다. 다 상기 임원으로부터 비롯된 환경이었고요.
처음에는 다 참았습니다. 고연차들이 저에 대한 평판을 깍아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인사권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몇년을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자존감이 깍아 내려지면서 정말 시키는대로 개처럼 일했었죠.. 그 와중에도 온갖 멸시와 조롱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일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함께 일을 하는 큰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프리라이더 40대 후반 고연차들과 일을 하니 그 큰 프로젝트를 거의 저 혼자 다해나갔습니다. 다 저한테 넘기더라구요. 그걸 팀장들과 동료들은 방관만 하고요.
그렇게 한 20년치의 사회의 쓴 맛과 온갖 종류의 행태와 인간군상을 3년 동안 다 겪어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어느샌가 살아남기 위해 제가 바뀌게 됐습니다. 눈치는 누구보다 빨라지고 귀는 일을 하면서 항상 열리더라구요. 일도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악을 써가면서 해내구요.
그렇게 버티니 진짜 일을 잘하게 됐습니다. 정말 신기하죠. 그렇게 되다보니 고연차들보다 일부 분야에서는 통찰력도 좋아진 것이 확실해지고요. 일을 할 때 어느순간부터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제가 부리게 되는 입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불성실하거나 입만 턴다거나 숟가락만 얹을려고 하거나 본인 일인데도 일을 저연차한테 넘기거나 하는 것의 의도가 너무나 잘 느껴지게 되서 그런 부류의 인간을 아예 혐오하게 됐습니다. 그런 인간들을 십수명을 겪고 심신의 피해를 받다보니 이제는 그런 부류를 보기만 해도 혐오감이 느껴집니다. 그런 의도의 행동을 하면 저도 참지 않고 할말을 다 합니다. 좀 직설적으로도 말하기도 하고요.
그 뒤로부터는 저에게 섵불리 그런 시도는 하지 않더라구요... 참 신기했습니다. 바보처럼 다 해줄 때는 더더 기고만장하게 부리던 고연차 분들, 할말 다하고 팩트로 다 따지니 이제 말도 안 겁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제가 버릇이 없다 싸가지가 없다 태도가 불량하다 인사를 잘 안한다 이런 종류의 것들로 평판을 깍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모르는 분도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죠 이제...
사실 저는 이렇게 독하게 나갈 때부터 평판은 다 포기했었습니다. 그 것으로 협박하는 사람들한테 진다는 것이 너무 분했거든요. 다행히 지금은 직장내 괴롭힘방지법, 52시간 시행 등 조직 분위기가 갑자기 좋아지는 상황이 오면서 평판에 대한 문제는 부드러워진 듯 합니다.
사실 저도 혐오스런 사람들에겐 그렇게 할말 다 하고 저를 불편하게 느끼도록 대하는 것이 100프로 정답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회사는 일하러 온 곳이지 친목도모하러 온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한 5년이 지나왔습니다. 예전 악당같은 고연차들이 힘도 못 쓰고 사라져가기는 하나 여전히 부문 내 여럿 존재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딜 가도 그런 부류의 인간은 분명히 있고 성실하고 미련한 사람들에게 기생하려 하겠죠. 고연차가 가지는 인프라와 권력을 가지고요.
결국 일을 해가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됐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하루하루 일을 해나가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