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딸아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ㅠㅠ
오늘도 늘어진 티셔츠에 머리 질끈 묶고 한바탕 집안일을 끝낸 후 지쳐서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데, 옆에서 꼼지락거리며 놀던 딸아이가 뜬금없이 "아, 빨리 어른 되고 싶다~" 하는 거예요. 나 참, 어른 되면 뭐 좋은 게 뭐다 있다고... 웃으며 물어봤습니다.
"그래? 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데? 늦게 자고 싶어서?"
그랬더니 딸아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아니? 엄마가 멋있어서. 엄마처럼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일어나자마자 집안일 하느라 머리도 헝클어지고, 늘어난 티셔츠 입고 소파에 널브러진 엄마가? 설거지하는데 허벅지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길래 엄마 힘들어~ 저기 가서 놀아!! 잔소리했던 내가?
단 한 번도 멋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제 모습이, 매일 퇴근 후에 폭탄같은 집을 정리하고 녹초가 되는 제가 딸아이 눈에는 되고 싶은 멋진 어른의 모습이었다니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고요. 내가 멋진 모습을 언제 보여줬을까. 이런 우당탕탕 바쁜 삶을 멋지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머리와는 달리 딸아이의 대답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아서, 그냥 딸아이를 말없이 꽉 안아줬네요.
그동안 일하랴 육아하랴 살림하랴 힘들었던 거, 속상했던 거... 딸아이 말 한마디에 눈 녹듯이 다 사라졌습니다.
아빠는 어때? 했더니 아빠는 음... 몰라~ 하면서 파고드네요. 어쨌든 아빠보단 엄마가 멋있다는 거니까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ㅎㅎㅎㅎ 이 힘으로 또 한동안 버틸 수 있겠어요.
부끄럽지 않은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