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한마디만 덜 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까요
회사 생활 12년 차입니다.
큰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작은 회사도 아닙니다.
사람들 얼굴은 다 알고, 성격도 대충은 아는 그런 규모입니다.
문제는 팀에 새로 온 후배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후배와 나 사이의 거리였겠죠.
그 친구는 입사 3년 차였고,
일을 아주 못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말투가 조금 직설적이었고,
회의 자리에서 자기 의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요즘 친구들은 다 저런가 보다” 했습니다.
괜히 꼰대처럼 보이기 싫어서
웬만하면 웃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의 중,
제가 정리해서 올린 안건에 대해
그 후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좀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말 자체가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말투와,
여러 사람 앞에서의 그 방식이
순간적으로 제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럼 네가 한번 해볼래?”
라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묘해졌고,
그 후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아, 네. 해보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둘 사이의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업무 얘기만 했고,
불필요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선을 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그 후배는 정말로
제가 맡기지 않은 부분까지 파고들었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팀장님은 공개적으로 칭찬을 했고,
회의 때마다 그 후배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제가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은 게.
이상하게도
그 친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계속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단점부터 보게 되고,
실수 하나에도 속으로 판단하게 되더군요.
그러던 중
작은 사고가 하나 났습니다.
일정 공유가 제대로 안 돼서
외부 일정이 꼬였고,
팀장님께서 원인을 찾으셨습니다.
그 후배가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렸는데,
정리가 안 된 것 같습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제가 놓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는 또다시 감정적으로 반응해 버렸습니다.
“그럼 그때 확실하게 말했어야지.”
회의가 끝난 뒤,
그 후배는 제 자리로 와서 말했습니다.
“선배님,
제가 무례했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업무 얘기만큼은
솔직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도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는 그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후배에게 지적받는 선배’라는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말을 조금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이런 이유가 있어.”
“이건 같이 한번 정리해보자.”
관계가 갑자기 좋아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불필요한 감정 싸움은 줄었습니다.
아직도 가끔은 생각합니다.
그날 회의에서
“좋은 의견이네”
한마디만 했어도
서로 이렇게 돌아오진 않았을까 하고요.
회사 생활에서
일보다 어려운 게
사람이라는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