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켰는데... 제가 진짜 호구인 걸까요?
다른데 쓰면 내가 욕먹든 친구들이 욕먹든 할 것 같아서 현명하신 분들이 많은 리멤버에 한 번 써봅니다. 보시고 조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입만 열면 외롭다 외롭다 노래를 부르던 여사친이 있었고, 주변에 괜찮은 사람 없냐며 소개시켜 달라던 남사친이 있었습니다. 둘 다 좋은 녀석들이라 둘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소개를 시켜줬죠. 제 예감은 틀리지 않았는지 둘은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눈이 맞았고 불같이 사랑하더니 결혼까지 한다고 하더군요.
제 친구들끼리 부부가 된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요? 제 일처럼 기뻐하며 둘을 축하해 줬습니다. 웨딩 촬영을 한다기에 당연히 따라가서 온종일 사진 찍어주고, 짐 들어주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 강행군에 다들 지쳤고, 촬영이 끝나니 배가 너무 고팠죠. 친구들은 얼른 집에 가자며, 저를 데려다 주겠다고 차에 태워 가면서 자기들끼리 "집에 가서 뭐 시켜 먹을까?" 이야기했지만, 피곤한 애들 신경 쓰게 하기 싫어서 "나도 배고픈데" 라는 말 대신 "그래 피곤할텐데 얼른 가서 뭐라도 먹어라" 하고는 혼자 집으로 왔습니다.
결혼식 날 가방순이를 했고, 부케도 받았습니다. 솔직히 남자친구도 없는데다 '부케 받고 얼마 안에 결혼 못 하면 평생 못 간다'는 속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괜히 찜찜해서 웬만하면 받지 않거든요. 하지만 제 소중한 친구들의 결혼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 커플에게 받은 거라곤, 둘이 사귀게 됐을 때 고맙다며 사준 고기, 그리고 결혼 전 청첩장을 주면서 사준 고기가 전부입니다. 물론 술도 같이 마셨고요. 뭐, 제가 뭘 바라고 소개해준 건 아니니까요. 둘이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제게 건넨 선물은 유럽 어느 동네에서 사온 술 한 병이었습니다. 저도 마셔본 적이 있는 술이라 5~6만원 정도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괜찮았습니다. 정말이에요. 애들이 여행가서 제 생각하며 사 온 거잖아요. 그걸로 충분했죠.
문제는 그 선물을 본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야, 덕분에 결혼했는데 고작 이걸로 입 닦는 게 말이 돼?"
"호구 당했네. 원래 이런 건 제대로 된 정장이나 가방 하나 해주는 거야~"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자꾸 그런 말을 들으니 마음 한구석이 자꾸 꽁기꽁기해지더라고요. 서운한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한 거죠.
제가 서운한 건 선물의 가격이 아닙니다. '내가 너무 편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 조금은 어렵고, 더 깍듯하게 챙겨야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친구들의 고마움의 표시는 분명 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가깝고 편한 친구이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가장 소중하기에 더 챙겨야지'가 아니라, '가장 편하니까 덜 챙겨도 이해해주겠지'가 된 것 같아서요.
물론 뭘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제 덕에 한 가정이 꾸려진 거나 마찬가지인데, 제가 너무 편해서 소중함을 잠시 잊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 어디다 말하기도 쪼잔한 느낌이라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외치며 여기다 써봅니다.
이 마음 어떻게 하죠... 서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