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일하며 마지막을 지켜보고 깨달은 점
몇 년 전, 평생 사업을 하시며 자식들에게도 늘 지지말라고 말씀하셨던 어르신 한 분이 계셨습니다. 제가 일하던 3년여간 자식분들이 방문한 날이 한손에 꼽을 만큼 적었는데요. 임종이 가까워지셨을 때 그분이 떠올린 건 본인이 평생 일군 재산이 아니었습니다. 오래전 자존심 싸움으로 연락을 끊었던 딸과 통화를 하고싶다셔서, 제가 직접 따님께 전화를 걸어 바꿔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눈물을 뚝 뚝 흘리시면서 "아빠가 미안했다, 진작 사과할 걸,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볼 걸" 하고 말씀하셨죠. 그리고 얼마 후 돌아가셨습니다.
또 다른 어르신 한 분은 평생 남들 눈치 보느라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한 번도 못 해보고 사셨던 분입니다. 맛있는 과일이 나와도 자식들 먼저 먹이느라 남은 것만 드셨고, 평생 해외 여행 한번 못 가보셨다고 했습니다. 자녀분은 해외에 사셔서 자주 방문이 어려웠던 터라 더 안타까웠던 분이죠. 어느날 뭐가 제일 드시고 싶으세요? 사다드릴게요! 말씀드렸더니 "남들 눈치 보느라 나 먹고싶던 아이스크림 하나 마음 편히 못 먹은 게 그렇게 억울하다."시더군요. 이제는 이가 시려서 맛있는 줄도 모르겠다시면서.
생각해보면 요양원에도 참 다양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오래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며 운동을 놓지 않는 분들도 계시고,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들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근무자들을 폭행하고, 폭언하는 분도 계시고, 또 어떤 분은 저를 비롯한 근무자들을 자식처럼 챙겨주고 대해주기도 하세요.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지만, "돈 좀 더 벌 걸", "그때 그 회사 갔어야 했는데" 이런 세속적인(?) 후회를 하시는 분은 단 한 분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소중한 사람에게 자존심 부리느라 다정하게 말해주지 못한 것, 그리고 남들의 시선에 갇혀 정작 내 삶을 즐기지 못하고 참기만 했던 것. 이런 것들을 후회하시더군요. 요양원이라는 곳이 아무래도 사회와 단절되어 사는 공간이 되다 보니 더욱 그런 후회를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서 세상을 보면 늘 남보다 더 가져야 하고, 상대를 깎아내려서라도 내가 이겨야 하는 것 같지만 정작 삶의 끝자락에서 남는 건 그게 아니라는 것. 그걸 요양원에서 일하면서 배웠습니다. 그러니까 나중에 삶의 끝에 서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들을 지금부터 해보는 거 어떨까요? 저는 그때 이후로 하고싶은 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웬만하면 해야지! 하고 지내고 있거든요. 그랬더니 확실히 단단해지는 것 같기도...ㅎㅎ
오늘은 그동안 살아내느라 애쓴 나 자신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는 거 어떨까요?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멋쩍겠지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보시는 것도 좋을거고요. 우리가 진짜 지켜내야 할 것은 남을 이기는 삶이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와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