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마음병
장기 휴가를 내려고 합니다.
팀에 있는 한 후배가 팀원들에게 말했다.
팀원들 모두는 올게 왔다는 반응이었다. 살은 10kg이 넘게 빠져 수척해지고, 나날이 작아지는 목소리와 늘어나는 병원 출입은 팀원들로 하여금 바로 이 날을 예견하게 한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병원을 여러 군데 돌고, 용하다는 의사들을 만나봐도 그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목에는 이물감이 심해지고, 등은 굽고, 위가 아프고, 현기증도 심해지는 동안 그 어떤 원인도 규명되지 않았다. 약 먹는 횟수와 그 양이 늘었을 뿐. 빠릿빠릿하게 업무 처리를 하고, 그 어떤 질문에도 바로바로 대답하던 총기 있는 그 후배의 옛 모습은 아지랑이와 같이 옅어져만 갔다.
나는 그것이 '마음의 병'이라 생각되었다.
전문가들도 제대로 규명을 하지 못하니, 그렇게 생각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는 그 후배에게 '공황장애' 진단을 하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이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불안한 직장인에게 '공황장애'를 진단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으니까. 굳이 '공황장애' 진단을 받지 않아도, 모든 직장인은 불안을 가지고 있고 '공황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 후배의 아픔을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 후배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었다. 일도 열심히 했었고, 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당한 업무의 강도가 세지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 부분이 아마도 건강에 이상을 가져다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그 후배도 자신의 건강 이상의 원인을 모르지만 아마도 그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거기에, 내가 알 수 없는 그리고 개입할 수 없는 사적 문제들과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를 더한다면, 이것은 번아웃과 슬럼프 그리고 공황장애가 어우러진 '마음의 병'인 것이 틀림없다.
직장인의 마음병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그제야 몸을 살핀다.
특히, 직장인은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존재이기에 가족은 물론 자신도 잘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래도 몸의 이상은 원인이 명확하거나, 대개 치료법이 있다. 아니면, 인터넷만 뒤져도 어떤 음식이 어디에 좋더라 하는 솔루션들이 넘쳐난다. 그러한 조언은 물론, 예를 들어 다리를 다친 사람이 있다면 부축을 해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다른 이를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건강 이상은 그렇지 않다.
마음의 건강 이상이 몸의 그것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운동부족이란 건 모두가 안다. 그래서 (하지는 않더라도)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고민은 언제나 달고 산다. 인지한다는 것만으로도 다행. 그러나 우리는 '마음 수련이나 마음 챙기기'가 부족하니까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지... 하는 개념 자체가 없다.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몸은 쉬지만 마음은 업무에 쏠려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매일이 불안한 마음이니 편할 리가 없는 상황. 즉, '몸'보다 더 많이 노동하는 '감정'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닐까.
더더군다나 우리는 마음에 건강이상이 생긴 누군가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순 없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차라리 그 후배가 다리를 다쳤으면 부축이라도 해주겠지만 마음을 다쳤다고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것이다. 그 후배는 마음의 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몸의 이상 증상을 위해 병원도 많이 다니고, 좋다는 음식은 다 먹고 있지만 결국 장기 휴가를 신청한 것이다. 즉, 마음의 병에 다른 이는 개입할 수 없다.
마음의 병에 대한 자세
결국, 마음에 약을 투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
나는 그 후배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모든 사람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몸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는 것처럼, 또 누구나 마음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운동을 많이 한 사람도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건강은 자만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니 미리미리 살펴야 한다. 일 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지만, 그것은 순전히 '몸'에 대한 것이다. 마음은 매일매일을 챙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그날그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 마음이 어떠한 지. 많이 지치진 않았는지, 영양소가 부족한 건 아닌지, 메말라 있는 건 아닌지, 심하게 쪼그라들어 있는 건 아닌지 등. 그래서 '마음 챙김'이 필요하다.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휴대폰은 내려놓고 들숨과 날숨을 느껴야 한다. 사색해야 하고, 쌓인 감정이 있다면 글이나 그림 또는 다른 어떤 활동으로 표현하거나 해소해야 한다.
마음의 병에 대한 약은 없다.
전문가들이 처방해 주는 약은 '뇌'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것이다. 마음에 직접 투여되지 않는다. 그것은 많은 부작용을 야기시킨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 정혜신 박사도 그 선상에서 회의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니, 결국 마음에 약을 투여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 방법과 과정을 꾸준히 알아가야 한다. 그것이 심리학을 통해 직장인의 아픈 마음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고픈 나의 바람이다. 물론, 내 마음부터 그리해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난 그 후배가 완쾌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 믿는다.
개입하거나 도와줄 순 없지만, 스스로 잘 해내기를.
그래서 더 단단한 마음으로 돌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