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입니다
안녕하세요.
업계에서만 알아주는 제조업 회사에 해외 주재원으로 3년째 근무중이고 직장생활은 한 10년쯤 해 왔습니다.
법인에 법인장으로 있는 사람이 참 힘들게 하네요
작년까지 있던 법인장은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법한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성격이 다소 까탈스럽긴해도, 나름 업무도 잘 맞춰가고 방향도 잘 정해주던 사람이었는데
작년 말 본사에서 한국으로 데려가고 신임 법인장을 보내줬습니다.
새로 온 사람은 전 법인장과 같은 회사에 부장 정년을 하고 우리회사에 임원달고 왔습니다.
이 사람이 부임한다는 말이 돌았을때부터 주변에서 참 말이 많았습니다. 굉장히 안좋은 쪽으로요. 대표적인 예로 이 분이 대기업 재직시절 해외 법인장을 짧게나마 한 적이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주재원(본인보다 나이가 많은)에게 일을 다 떠넘겨서 반발하자 부임하는 내내 인사평가 최하점을 줬다 라는 이야기가 있어 걱정이 되었지만 사람도 적응하고 잘 맞춰가면 해결될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네요.. 몇가지 일화를 적어보자면
1. 전임 법인장이 있을때 법인 설립이후 최초로 신규 고객사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신임 법인장이 온 이후 고객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계약서를 받았는데 계약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그리고 수정될 때마다 한글 번역본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앞에 세워놓고 30분동안 소리를 지르더군요.
계약내용은 담당 직원이 협의를 하고 있으나 고객 그룹사의 방침인 부분도 있어 우리 입맛에 100%맞춰서 오긴 어려울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기다려봅시다
번역은 제 담당이 아니다. 필요하시면 법인장님의 부서(회사 조직상 법인장 겸 부서장 겸직을 하고있음)에서 진행해야 할 일이니 직원들에게 지시하시면 될 일이다.
라는 대답을 했으나 대화가 안됩니다. 말 그대로 대화가 안됩니다.
2. 본사에서 지시사항은 무리를 해서라도 해내야한다라는 주의입니다.
맞는말이죠. 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운부분도 있고 또 업무에 따라 고객사 승인도 받아야하고, 내부협의(여기는 합자법인이기때문에 합자사 파견인원들 동의가 없으면 진행이 안됩니다.)도 거쳐야하고 일이 많다 이러면
" 응 그건 너네가 알아서 해야 할 일. 나한테는 결과를 내서 가져와.
사장이 시키는데 안할거야? 목숨 걸고 해야지"
이런 말만 하고 방향, 방법도 정해주지 않고 본인은 뒤로 쓱 빠지고 본사에다가는 실무자들이 업무 보는데 다소 지연되어..
3. 이 사람은 업종이 아예 다른 회사에 있다가 온 사람이고, 제조 분야는 처음 접하는 사람입니다. 제조업에 종사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0년 20년 쓴 설비는 아무리 닦고 조이고 기름친다 하더라도 돈 써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설비에 문제가 생겨 돈 얼마 써서 고쳐야한다 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이게 뭐 어디에 붙어있는 설비냐?"
"아니 난 니가 설명을 해도 뭔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하지마"
직접 내려가서 보자 해도 왜 가야하냐고, 여기 이 자리에서 니가 날 설득 못시킨건 니 능력 부족 아니냐? 이러고 있네요
4. 이 와중에 본인은 뒷구멍으로 해쳐먹을 궁리는 열심히 하셨더군요
전에 대기업 법인장 시절 알고지내던 사람이 아직 여기에 있다고해서 그 사람하고 자주 자리를 갖더만 그 업체 끼워넣고 본인하고 같이 해쳐먹을 궁리를 하고 있는걸 심지어 협력업체 대표가 전화와서 얘기해주더군요. 아 참고로 이 사람 부임했을때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 업체관련해서 좋은 이야기 하는거보니 업체한테 뭐 받고 있는거 있나보네?"
ㅎㅎㅎ...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대기업을 다녀본적이 없어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저게 대기업에선 먹히는 스타일인가보죠..?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몰라서 그래요
그래도 힘든 타국 생활 하는데 같이 파견나온 다른 주재원들 심지어 고객사 주재원들하고 마음이 잘 맞고 사이가 좋아서 중간중간 회포도 풀고 하며 겨우겨우 버티는데
하루에 두세번씩 불러서 저런 일을 돌아가며 겪으니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네요..
저보다 훨씬 더 힘든 일 겪으신 분들 수도없으시겠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부르네요.. 들어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