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패싱하는 대표
소규모 기업에 근무중입니다.
10인 미만 사업장을 오랫동안 관리해오던 대표가 최근에 잘 터져서 갑자기 큰 회사인데요.
지금은 인원이 30명 정도되고, 대충 나이에 맞춰서 주던 직급에 체계가 잡힌지 반년정도 지났습니다.
저는 작년 초에 디자인 경력직으로 들어와서 디자인이랑 홍보 마케팅 전반적인 걸 담당하다가 올해 2월 팀장을 맡게 됐는데요. 문제는 3월에 입사한 신입직원을 대표가 너무 아낍니다.
칭찬하고 다니는 내용도 사실 제 입장에서는 좀 황당해요. 대표가 "이거 어떻게 되가고 있어? 늦은거 아니야?" 라는 말에 "대표님, 업체에서 알아서 준비하고 있고, 제가 다 체크하고 있으니 걱정하지마세요."라고 차분히 대답했대요. 그래서 애가 믿음직스럽다고 마음에 들었답니다.
네, 뭐 저한테 물어봤으면 현재 진행 사항 다 보고하고, 언제 최종 확인가능할거 같다는 식으로 보고했겠죠. 신입 보고스타일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최종 결정권자에, 모든 금액결제는 본인 허가 후에 하게하고 디자인 폰트부터 자기가 직접 다 골라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만 아니면 이해했겠어요.
왜 저 대답을 좋아하는지 알기는 합니다. 직원이 알아서 최종본을 가져오면 그 때 하나하나 트집잡는 걸 원하거든요. 저는 시간이 안 되니까 중간보고를 하고요.
예를 들면, 지하철 광고를 할 때 광고 시안만 프린트하면 안 돼요. 해당 광고 위치에 맞게 합성까지 해서 프린트로 제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래야 광고 목적이랑 광고 대상을 말해줘요. 그 전에는 그냥 "지하철 광고 알아서 만들어 와. 내가 바쁜데 그거까지 신경써야해?" 하는 스타일이죠.
문제는 항상 업무 일정을 빠듯하게 주는데, 지하철 같은 경우는 미리 일정 안 잡아놓으면 난리가 나요. 원하는 시기에 못 하니까요. 일정 잡아놓고 대표가 자꾸 사라지니까 기한 안에 파일 넘기려면 중간에 마주치면 붙잡고 말해야 합니다. 제가 중간에 결정해달라, 이거 봐달라 해대니까 싫어하는거에요. 사무실 이사할 때, 대표실 옆자리가 좋다고 했더니 자꾸 찾아올거 같아서 싫다고 저희팀 다 멀리로 보냈거든요 ㅋㅋㅋㅋ
뭐 아끼고 끼고다니는거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업무 지시를 팀장인 제가 아니라 신입한테 직접 합니다. 심지어 제가 보고올린거 피드백도 신입한테 전화해서 해요.
신입은 알지도 못하는 업무니까 다 "네, 네." 하고 있고, 저한테 전달하면 당연히 문제가 생기죠. 최종본이라고 보고올린거 검수 때는 말이 없다가, 인쇄들어가니까 문구를 바꾸라고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져요. 그러면 저는 "이 부분은 말씀 없으셨어요? 위약금 알고 계신가요?" 물으면 신입은 그냥 대표가 그랬으니 전달했다는 태도에요. 결국 제가 다시 대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거죠.
문제는 카톡도 안 보고, 대표실에는 있지도 않고, 전화도 받을 때도 있고 안 받을 때도 있고....
대표 조카도 가끔 비슷한 행동을 하는데, 저한테 카톡은 남겨놓거든요. 바빠보여서 누구한테 무슨 일 시켰다. 이런거요. 근데 대표는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다 때려치고 싶은데, 지금 개인적으로 바쁜일이 있어서 이직준비하려면 올해 말이 되야 하거든요.
이걸 버티는게 맞는지 아니면 무리하더라도 이직준비를 하는게 맞는지 고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