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습니다.(부제 : R&R)
한 꿈을 지금 금방 꾸었습니다. 찝찝하기도 하고, 생각도 깊어지게 하는 꿈인지라.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하신지 여쭤보기 위해 공유합니다.
양 목장이 바로 앞에 있는 리조트에서 회사 워크숍이 개최됐습니다. 워크숍의 일정과는 별개로 탁 트인 초원과 뭉게구름같은 양들이 마음을 참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장소였습니다.
초원이 이어진 광장에서, 사장님이 문득 "양을 한 곳에 모으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라고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 질문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다 양몰이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가두리처럼 뒤에서 몰아가면 될 것 같은데? 하고서 직접 양들에게 접근했습니다. 신나게 몰아오면서 핸드폰으로 사진도 좀 찍고 혼자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양을 훌륭히 모은 다음에 광장으로 돌아가니 분위기가 싸했습니다. 사장님은 전직원 앞에서 화를 내고 있었고, 저를 보자 그냥 훽 하고 리조트 로비로 휙 가버린 겁니다.
분명 마지막에 제 이름이 거론되고 있었던 상황인지라, 평소에 따르던 상사 뒤를 따라 담배 피우는 옥상 장소로 가서 무슨 일인지 여쭤봤습니다.
"일을 참 효율적이지 않게 한다. 누가 양을 모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걸 왜 모으고 있어? 그리고 모을 좋은 방법이 있으면 시키면 되는 거지 직접 하고 있어? 당장 눈 앞에 일에 충실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일을 맡길 때 네가 없잖아."
어..?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얼얼함이 있었습니다. 평소 지론대로 내가 앞서하면 같이 하는거지 하는 롤.. 그리고 내가 직접 하면 되지 하는 행동방침이 통채로 거부 받은 것이였으니까요.
얘기를 더 들어보니, 사장님은 뭔가 키 프로젝트나 신기술 개발 등을 같이 논의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 광장엔 제가 없어 한참을 찾으셨나봅니다.
"사장님이 앞으로 너를 볼 때, 영향이 없잖아 있을거야. 무슨 일을 시킬 때, 원래대로라면 너 하나면 ok할 것을 '얘는 롤 분배를 잘 못하니까, 시너지 날만한 A랑 B도 붙여야지' 라고 생각할거야. 그만큼 인정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거지. 누가 자기 파이를 나눠주게 된건지 생각해봐."
꿀 먹은 벙어리가 접니다. 아무런 할 말이 없더라구요. 꿈에서 깨어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진짜로 밑에 사수들에게 일을 시키기 보단 직접 일을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모호한 지시자이자 개발자였습니다.
꿈에서도. 양을 모으는 방법을 물어봤을 뿐이지, 직접 하란 말은 없었음에도 저는 직접 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던 것이죠.
좋은 방법이 있으면 구상하고, 설계하고, 기획안을 공유해 컨펌 받으면 사수들에게 일을 분배해 내 10% 공수를 아껴놓았다가 정말 필요한 시점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꿈이였습니다.
IT분야 선배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저처럼 과도기에 있는 허리 계층 분들은 똑같은 고민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ㅡ.ㅡ 사장님 꿈 꿨다고 자랑하기엔 혼난 꿈이라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