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금요일부터 시작된 휴일에 몸 상태가 영 이상해서 집에만 있다가,
답답한 마음에 휙 나와버렸다.
언젠가 시간을 내서 한 번 다녀와야지 하던 그 곳.
여기는 직업 군인으로 근무했던 군 부대 근처, 경기도 최북단 어딘가다.
그 가기싫던 군 부대에, 직접 차를 끌고 머리를 식히러 왔다.
평생 낫지 않는 상처를 안겨준, 죽을만큼 힘들었떤 그 곳.
이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곱슬한 단발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젊은 남자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가끔 외출 후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전역 후 사회인이 된 나를 상상하던 곳인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26살의 중위는 30대 초반 직장인이 되었다.
그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지금의 끔찍한 공허마저도, 그 시기엔 드라마속 장면처럼 상상하고는 했다.
동시에, 다친 부위를 부여잡고 상실과 막막함에 닿지 못 할 미래라 좌절하기도 했지.
그 시간을 보내는 중인, 평행 세계 속 26살의 나에게
'과감히 던져버리고, 과감하게 생각하고, 더 더 먼 곳으로 떠나라' 말하고 싶다.
들을까. 싶지만 외치고 싶다.
슬픔과 막막함은 한 치 앞만 보도록 하니, 눈물을 닦고 세상을 보라 하고싶다.
오늘 내가 일기장을 펼친 이유는
직장에서의 힘든 시간들과 인간 관계, 번아웃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었고.
문득 떠오른 이 곳은 멀지 않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스물여섯의 내가 앉았던 그 의자, 그 장소에 다시 와보니
지금의 이 시간도, 다른 차원 속 몇 살 더 먹은 또다른 내가
'너 그러고 있지 말라'라며 소리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올라온다.
그때도 과감해야했고, 슬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도 과감해야하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
아, 슬픔은 한 철에 사라지고 앞길은 그 시절 나의 과감함이 깎아둔 것이구나.
아메리카노 맛이 그대로다.
난 이제 그만 일어나보려고.
너도 이제 그만 일어나, 밥 먹고 들어가라.
반가웠다. 스물여섯의 나야.
슬퍼말고, 힘들 때 한 번 더 세상을 올려보며
부디 뛰어다니기를.
2026년 5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