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대학보직을 하며 처음으로 말을 멈춘 순간
대학에서 보직을 맡다 보면
여러 센터와 조직을 동시에
책임져야 할 때가 많다.
학생을 만나는 자리도 있고,
교수님들과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도 있고,
직원들과 실무를 조율하는 회의도 이어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면
‘나는 오늘 누구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 번은
여러 부서가 함께 모인 회의 자리에서였다.
서로 같은 프로젝트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회의는 이상하게 계속 어긋나고 있었다.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 직원의 말에
순간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잠시 뒤,
다른 직원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 아닌가요…
이미 정해진 일인데요.”
그 말을 들으며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이미 노트북을 보며
일을 이어가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아이디어를 꺼내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바로 정리를 하지 못했다.
평소 같았으면
방향을 잡았을 것이다.
“이렇게 진행합시다.”
“이 기준으로 맞추겠습니다.”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그게 내가 알고 있던
리더의 역할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그 말들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왜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다르게 이해하고 있을까…”
회의가 끝난 뒤에도
그 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설명하면 이해될 거라고 믿었다.
기준을 명확히 하면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고,
속도를 맞추면 팀이 하나가 될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는 ‘일’을 맞추고 있었지,
‘사람’을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회의를 조금 다르게 시작하기로 했다.
“이 일이 왜 중요하다고 느껴지세요?”
“이걸 할 때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직접 해보면서 어떤 점이 보이셨나요?”
“이걸 더 발전시킨다면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어색했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고,
침묵이 길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조금씩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그 일이 왜 의미 있는지 말했고,
누군가는
어떤 기준이 있어야 불안하지 않은지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직접 해보며 겪은 경험을 꺼냈고,
누군가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때 비로소 보였다.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일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걸 몰랐을 때는
계속 부딪혔고,
그걸 알게 되었을 때는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이후
일을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일은 결과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나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같이 맞추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방식으로 이해해 주세요.”
신기하게도
그 말 이후,
팀은 더 빨라지지 않았지만
더 멀리 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일은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라는 걸.
그래서 이 책 <업>을
팀원들과 함께 읽고 싶다.
또한 함께 일하는 교수님들과 읽고 싶다.
우리가 왜 이렇게 다른지,
그리고 그 다름이
어떻게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지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