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마니또가 저한테 10만원 넘게 쓰더니 오늘 꽃다발 들고 고백했습니다...
라고 제목을 쓰긴 했는데 제가 봐도 거짓말같네요 ㅠ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한 달 동안 마니또 이벤트를 했거든요. 오늘이 드디어 정체를 공개하는 날이었습니다. 사실 한 달 내내 제 마니또가 누구인지 사내에서 계속 화제였어요. 다른 사람들 마니또는 보통 만원대 선물이나 비타500 같은 소소한 것들을 챙겨주는데(저도 그랬고요), 제 마니또는 좀... 미쳤었거든요.
매주 월요일마다 출근하면 제 책상 위에 논픽션 핸드크림, 따뜻한 장갑, 유자청, 그리고 이번 주는 포인세티아 화분까지 올려져 있었어요. 다 합치면 10만 원은 가볍게 넘을 라인업이었죠. 주변에서는 누가 마니또한테 이렇게까지 하냐, 이거 무조건 너 좋아하는 거다 어쩌고 난리였지만, 저는 그냥 돈이 엄청 많으시거나 선물 주는 걸 워낙 좋아하는 분 아닐까? 하고 넘겼어요. 회사에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상상이 안 가잖아요.
드디어 오늘 정체가 밝혀졌는데, 너무 궁금하던 제 마니또는 같은 팀은 아니지만 오며가며 인사만 나누던 다른 팀 분이셨어요. 말은 섞어봤지만 그렇게 친한 분은 아니어서 그냥 아, 이분이셨구나! 하고 신기해했죠.
오늘 점심은 마니또끼리 식사하기로 되어 있어서 같이 나가려는데, 그분이 일이 좀 남았다며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식당에 먼저 가 있었습니다. 한 10분쯤 뒤에 그분이 도착했는데... 와 진짜 제 눈을 의심했어요.
그분이 식당 문을 열고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신 거예요!!! ㅇㅁㅇ??????
(사실 많이 큰 건 아니고 상상도 못했기 땜시 체감상 컸다는...)
순간 뇌 정지가 와서 주변부터 훑었는데, 다행히 사무실 사람들은 안 보이는 것 같았어요. 자리에 앉은 그분이 약간 격앙된 말투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실 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고, 마니또 뽑았을 때 내 이름이 적힌 걸 보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마니또 공개일이 크리스마스이브인 걸 확인한 순간부터 오늘을 고백하는 날로 정했다고요...
당장 어떻게 하자는 건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마음만 알아달라며 꽃을 건네는데, 진짜 너무 놀라서 진짜 (ㅇㅁㅇ) 이 표정으로 굳어버렸어요.
꽃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정말 쪽팔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오늘 마니또랑 밥 먹는 날인 거 다들 알 테고, 제 마니또가 누구인지도 다 아니까요. 사람들이 눈빛이랑 입 모양으로 뭐야 뭐야? 하고 메신저로 질문 폭탄을 던지는데, 그냥 마니또 마지막 선물 받은 거라고 둘러대고 말았어요.
더 큰 문제는... 전혀 생각도 안 했던 분인데, 오늘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뭔가 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근데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공개 연애는 진짜 싫단 말이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