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가 금융권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아래 글은 '달리오라마의 금융인 양병소' 글을 옮겨 적은 글입니다---
MZ 세대가 왜 금융권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MZ 세대이면서 이 글을 클릭하고 '한 번 이야기해봐'라고 눈에 쌍심지 키고 들어오신 분이라면 우선 저 역시도 MZ 중에 하나임을 밝힙니다. 구태의연한 MZ 세대론을 기대하고 계신 분이라면 시간 낭비하지 않고 이 글을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금융권의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한 사람입니다. 최근 SG 사태를 보면서 '역시 우리나라 멀었구나'라고 한탄했습니다. 여전히 금융 지식이 미천한 국내의 현실, 한탕주의에 빠져든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온갖 세력들을 봤습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한 건 금융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MZ 세대 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우리나라 금융지식 이야기하냐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MZ 세대가 금융권에 실패하면 결국 우리나라 금융이 또다시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좋든 싫든 MZ 세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MZ 세대가 실패하면 우리나라 금융은 또다시 실패합니다. 현 상태 MZ 세대의 금융권 성공은 요원해 보입니다.
1. 워라밸 생각하는 MZ 세대는 금융권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MZ 세대라고 하면 워라밸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일단 답부터 말하겠습니다. 워라밸 따지려면 금융권을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시간 효율적으로 쓰기, 인생 한 번 사는 거 행복하게 살아야지, 예전 세대와는 달라졌어요 부장님, 이런 이야기하실 분들은 사절입니다.
전통 금융권에서 워라밸이라고 했을 때 work 자체는 많은 시간을 말 그대로 문서 작업 등에 갈아 넣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개념이 달라졌습니다. work 자체는 이제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다만, 일터에서 더 치열하게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일 자체에서 자신을 갈고닦아야 하는 절대 시간은 오히려 더 요구됩니다.
최근 갓생살기, 부자 되기 등으로 모든 MZ들이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겠다고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금융권 MZ들도 이 중에 한 명일 거고 아마 일은 일이고 나는 내 시간에 갓생살기 할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착각입니다. 최근 부자 되기 위한 영리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금융권의 고객이 그만큼 젊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40대 후반 50대에 부를 이룬 꼰대 아저씨가 고객이었다면 이제는 젊고 패기 넘치는데 심지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고객입니다. 그런데 워라밸 따지는 금융권 사람들이 경쟁력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금융은 철저한 '을'질 하는 곳입니다. '을'의 강도 차이가 있습니다. Buy side에 있냐 Sell side에 있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은 자기 돈 투자해서 돈 벌겠다는 곳이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 부자인 사람들을 도와 부를 형성시키고 거기서 수수료 받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에 맞춰서 진화해야 합니다. 금융의 고객들이 현재 갓생 살기를 하고 있다는 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service provider는 그 이상을 해야 합니다.
금융권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길 바랍니다. 일찍 출근해서 책과 신문 읽으시고, 늦게 남아서 오늘 마무리해야 하는 일을 끝까지 붙들기를 바랍니다.
그 모든 과정이 성공하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길 바랍니다. 누가 알아줄까요라는 질문이 나올 거라 봅니다. 저는 제 팀원 주니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지만 저보다 일찍 나오고 저보다 늦게 퇴근하면 그냥 감정적으로 좋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가 참여하지도 않은 프로젝트의 성과를 더 분배해 줄 생각을 합니다. 이 현상은 제 개인적인 경험만이 아닙니다. 국적, 그리고 세대를 뛰어넘어서 모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래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이 주니어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입니다.
"젊은 때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고강도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 첫 일자리는 경력에 주춧돌이 되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단순히 업계 일류라거나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이나 일자리를 선택하지 마라."
- 출처: <투자의 모험> - 스티븐 슈워츠먼
2. 성과급만 기대하는 MZ 세대는 금융권에서 실패합니다.
MZ 세대들의 불만은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금융권은 앞으로도 MZ 세대들을 만족시킬 만큼 성과급을 배분할 가능성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일부 하우스에서는 주니어들에게 선심성으로 성과를 배분하겠지만, 업의 본질상 그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금융은 '관계'에서 돈을 만들어 내는 곳입니다. 그 관계를 가져온 사람이 수익을 내는 세일즈맨입니다. 그 사람을 서포트하는 게 주니어의 일입니다. 그 관계가 없다면 수익도 없습니다. 금융업이 그렇습니다. 본질입니다.
누군가는 밤새도록 서류작업해서 서포트했는데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했고, 결국 성과 배분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서류 작업 중요합니다. 없으면 안 되는 부분 맞습니다. 다만, 차지하는 비중이 낮습니다.
금융에서 딜을 따내는 것은 고객이 그 사람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시니어가 쏟았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제가 아는 한에는 없습니다. 때문에 시니어가 성과가 많습니다.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투입된 노동량에 대한 기대치가 다른 겁니다.
최근 MZ 세대의 성과급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건 환경적인 변화 때문입니다. 집값이 올랐고, 주변에 코인이나 사업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 빈곤감이 커졌고, 그에 따른 보상 심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부분을 이해하고, 사회적이 비용을 기업이 일부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금융에서는 그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만약 금융에서 더 높은 성과 배분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업의 본질에 배척되는 부분이고 타협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만약 주니어로서 투입 시간만큼의 성과 배분을 기대한다면, 금융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넓고 돈 벌 일은 많습니다. 금융은 그 긴 시간을 버텨 시니어가 됐을 때 누적된 신뢰 관계로 성과급을 수령할 수 있는 곳입니다.
3. 사명감 없는 MZ 세대는 금융권에서 실패합니다.
금융을 '돈 벌기' 위함이라면 금융권을 선택하지 않아야 합니다. 금융은 더 이상 가장 돈 잘 버는 직업이 아닙니다. 20대 - 30대에서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금융권에 있는 사람들 모두의 눈 높이에 맞는 수익을 얻는 곳이 아닙니다.
금융권에 들어온 사람들 대부분 고학력, 고스펙자들입니다. 그들 주변에는 오히려 동일 나이에 더 성공한 젊은 사업가들이 많습니다. 받는 연봉이 1억이어도 박탈감을 느낍니다. 빈곤은 상대적입니다. 때문에 금융을 하는 목적은 더 이상 '돈 벌기' 위함만으로는 안됩니다.
금융을 통해서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MZ 세대 아닌 시니어들이 과연 얼마나 이 '가치'에 대해서 생각했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과거 세대들이 제대로 금융을 해놓지 못해서 우리나라 금융이 이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합니다. 금융이 창출하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생각한 사람들이 금융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금융이 창출하는 가치는 이렇습니다. 내일이면 망할 거 같았지만 열정적인 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 산업 트렌드를 갖고 있는 기업에 돈을 조달해 줬고, 그 기업이 드라마틱 하게 성장했다. 이게 가치입니다. 금융 무식이어서 사기에 가까운 투자 조건을 제안받은 사람에게 금융 자문을 해주고 건전한 투자 계약을 이뤄줘 기업사냥꾼으로부터 보호해 줍니다. 이게 가치입니다.
모든 업과 마찬가지로 금융업도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금융의 고객은 투자자와 기업입니다. 투자자에게 건전한 수익을 가져다주고,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SG 사태처럼 투자 수익만을 추구하다가 다른 투자자들의 수익을 갈취하거나, 관계자들을 감방에 집어넣는 리스크를 짊어진다면 그 어떠한 고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해도 제대로 된 고객 서비스가 아닙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사명이라는 구닥다리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게 좋은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언하건대 그런 분들은 금융하고 맞지 않습니다.
금융은 남의 돈을 다루는 곳입니다. 심지어 내가 알지 못하는 남의 돈을 다루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투철한 사명의식 없으면 생각보다 성공하기도 쉽지 않고, 한 끗만 잘못되면 불법으로 빨간 줄이 그어질 수 있는 곳입니다. 제조업에서 불량품은 리콜하면 되지만, 금융업에서는 리콜이 안 됩니다. 때문에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아래는 돈과 성공이 아니라 높은 목적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입니다.
"돈이나 성공을 집요하게 쫓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성공하고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들 중에는 돈이나 지위에 대한 집착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비교적 길지 않은 삶에서 큰돈을 모았다. 실제로 그는 물질적 소유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최고의 독창적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보니 부가 따라왔다. 높은 목적의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라. 그러면 성공은 자연스럽게 당신 쪽으로 흐를 것이다."
- 출처: <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림
4. 당신의 경쟁자는 챗 GPT다.
챗 GPT는 1년에 책을 7백만 권 정도 읽는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한국인의 20대는 8.8권 30대는 9.8권입니다. 이 챗 GPT가 당신의 일자리를 뺏을 예정입니다. 이제 PPT, Excel 모두 챗 GPT가 적용됩니다. 주니어들이 금융권에서 하던 일들이 모두 챗 GPT로 대체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에게는 어떤 게 경쟁력인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챗 GPT가 도입된 금융권에서 어떤 커리어를 만들어 갈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다행인 건 금융은 AI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인간이 하고 있는 '관계' 비즈니스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AI가 이제 기술적인 부분들을 대체한다면, 본인만의 개성과 역량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특화 시켜야 합니다. 이제 금융에서는 현재까지 중시돼 오던 '전문 지식'보다는 인간과의 공감대 형성, 인간에 대한 이해가 더 중시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챗 GPT에게 물어봐도 정확하지 않은 답을 금융인에게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그때 우리가 챗 GPT보다도 뛰어난 전문성을 제공해 줘야 한다는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결국, 정답은 더 치열하게 경쟁적으로 성장해야 한다가 제 생각입니다.
아래는 챗 GPT 시대에 인간이 발전시켜야 할 역량에 대한 하나의 답변입니다.
"질문과 문답의 디자인에 대해서 전반적인 방향과 프로세스를 설정하는 기획력과 예측력이 있어야 합니다. 나온 대답을 적절하게 구성하고 편집하는 구성력도 필요합니다. 파편적으로 나온 정보를 연결해서 의미를 찾아내는 연결의 힘. 통합의 능력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핵심을 파악해서 좋은 질문을 생각할 수 있는 질문력이 가장 필요하긴 합니다. 이런 과정을 해 나가는 리더십과 나온 정보를 효과적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도 필요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AI에서 얻은 결과물을 사람에게 적용할 때 약간의 휴먼터치를 넣어 공감을 자아내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 출처: <GPT 제너레이션> - 이시한
5. 글을 마치며
오늘은 MZ 세대가 금융권에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불편한 이야기였지만, 필요한 이야기였습니다. 역으로 MZ 세대가 금융권에서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미친 듯이 일하라. 그 일에 대한 성과 기대치를 낮춰라. 사명감을 갖고 일하라.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개발하라."입니다.
본 글에서는 MZ 세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썼지만, 저는 그 누구보다도 MZ 세대가 성공적인 금융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동학 개미 운동으로 시작된 MZ 세대의 집단 움직임은 반드시 금융 선진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MZ 세대 중 금융을 '업'으로 삼겠다는 사람들은 변화한 세대와 환경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인이 치열하게 성장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리드하지 않는다면, 국내 금융은 또다시 후퇴하게 되리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