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람들은 다들 비슷하게 느끼더군요
제가 성품이 좋다거나, 성격이 유순하다거나, 사람들에게 친절하다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 관계에서 모든 것은 주관적, 상대적이니까요. 제게 또라이라고 해서 남들에게도 또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팀 이동 있고 나서 소문으로만 듣던 그 팀장이 제 팀장이 되고, 3개월 남짓한 기간동안 같이 일해보니까, 다들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알게 되서, 이 팀장 밑에 있다간 나도 커리어 박살나겠다 싶어서 이직하려고 벼르고 있다가 마침 고과 평가 기간이 되어 퇴사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사실, 일부 사람들에게만 소위 ‘싫은’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문제일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죠. 그런데, 퇴사 통보하고 제가 맡고 있던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인수인계 대상 팀원에게 여러가지 얘기를 듣고, 제가 문제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팀장 역할은 팀원이 팀 내부에서 성과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업무를 적절하게 할당해주고, 그 성과를 적절하게 평가하서 고과에 반영되도록 해주고, 최종적으로는 직무에서의 연차에 맞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리딩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류 통과하고 면접까지 통과한 마당에 성과를 못 내면 문제가 팀원에게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 팀원을 데리고 있는 팀장의 매니징 문제겠죠.
제 업무를 인수인계 받는 팀원이 해준 말은 꽤 놀라웠습니다. 저도 팀장에게서 연차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 어떻게 가이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잡레벨이 어떻게 되느냐 이딴 질문을 받아서 평가 개판 나올 거 예상하고 미리 도망치는 거였는데, 이 팀원도 본인 평가 박살났다고 하더군요. 항의하니까 팀장한테 연봉 낮추라는 답변을 들었답니다. 기가 차 하더라구요.
제가 팀에 들어오기 전에 있던 사람 한 명(원래 인원이 팀장 포함 3명이었습니다.)도 팀장이 직무랑 전혀 관계 없는 일을 맡겨놓고는 왜 일을 이따위로 하냐는 말을 해서 인사팀한테 싹다 폭로하고 퇴사했다더군요. 굳이 팀장에 대한 실체를 전해들으려고 인수인계를 한 것은 아닌데 먼저 퇴사 통보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팀장 한 명이 어떻냐에 따라 팀 전체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네요. 그 팀장을 데려온 실장이 지금은 퇴사했는데, 재직하는 동안에 하도 똥을 많이 싸질러놓아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 실장에 그 팀장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어요.
말이 엄청 길어졌는데, 곧 퇴사하겠지만, 여기는 중견 외국계 기업입니다. 제가 언급한 실장은 서울대 출신에 팀장 역시 국내 명문대 출신이구요. 공부 잘하면 뭐하나 회사를 박살내는데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공부 머리와 일머리, 그리고 인성은 전부 별개인 듯 합니다. 곧 퇴사하게 되어 푸념좀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