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시작된 짝사랑... 저 주책인가요?
마흔 살 넘어가면서부터는 제 인생에 더 이상 핑크빛 설렘이나 두근거림 같은 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냥 회사, 집, 가끔 친구들 만나는 게 전부인 건조한 삶에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제가 주말마다 나가는 동호회가 있는데요. 거기에 새로 들어오신 분이에요. 우연히 잠깐 대화해 보니 저보다 1살 어린데 아직 미혼이신 것 같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아, 나랑 비슷한 처지네~ 반갑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몇 번 모임 뒤풀이에서 대화를 나눠보니, 사람이 참 깊이가 있고 배려심이 몸에 배어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웃는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고, 그분이 모임에 나오는 날만 기다려지기 시작하는데... 이거 짝사랑 맞는 거죠?
사실 이 나이쯤 되면 주변에서도 다들 결정사 가입해서 조건 맞춰 만나거나, 지인들이 조건 보고 해주는 선 자리 나가는 게 보통이잖아요. 흔히들 말하는 '자만추'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조건을 따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혼자 마음 졸이는 짝사랑을 시작한다는 게... 스스로 생각해도 참 어이가 없고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집에 와서도 괜히 그분 카톡 프로필 눌러보게 되고, 다음 모임엔 무슨 옷 입고 갈까 고민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마치 중고등학생 때나 하던 짓을 이 나이 먹고 하고 있으려니 스스로도 참 주책이다 싶어 헛웃음이 납니다.
차라리 20~30대였으면 "호감 있으니 밥 한번 먹자!" 하고 패기 있게 질러나 볼 텐데, 나이가 드니까 거절당했을 때의 그 민망함과, 모임 내에서 어색해질까 봐 겁부터 납니다.
동갑내기라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가 보고 싶은 마음 반, 이 나이에 무슨 짝사랑이냐... 하며 조용히 마음 접어야 한다는 마음 반입니다.
다 늙어서 무슨 주책인가 싶어 어디 말할 곳도 없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는 심정으로 여기에라도 털어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