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이신분들의 의견을 여쭙고 싶어요 (형제 자매 관련)
저는 30대 중반 미혼이고, 저랑 가장 친한 친구는 3 살 차이나는 제 친언니입니다.
언니는 외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고 외국인과 결혼·출산 후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형부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으며 성격이 매우 쿨하고 매우 단순·독립적인 스타일입니다. 언니도 독립적인 성격이라 둘이 잘 맞고 사이도 좋습니다.
형부는 저희 가족 방문에도 부담 없어 보이고, 저희가 와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편하게 지낼 수 있어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가끔은 너무나도 신경을 안쓰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저도 편하게 언니네 집에 갈 수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인것 같기도 하고요..
어쨌든 언니도 능력이 있지만, 형부 덕분에 더 여유있게 살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만 저는, 형부 성격이 입력값이 있어야 출력값이 있는 로봇같은 성격인데다가 언니 스스로도 너무 독립적이고 모든 일을 스스로 다 해결하려는 성향 때문에, 언니가 조금 더 챙김받고 의지받으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형부가 좀 더 다정다감하고 세심한 성격이면 좋겠다는 제 욕심이지만, 어차피 부부 문제라 언니에게는 한번도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언니랑 연락을 하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며칠 전, 조카 유치원 하원을 도와주는 도우미랑 연락이 안되면서
한시간 가량 저희 언니가 경찰서에 신고도 하고 울면서 이래저래 혼자 고군분투했다고 하더군요.
근데 이렇게 혼자 애쓰는 동안에 형부에게는 연락을 안했대요.
당시 저희 언니는 회사에 있었고 형부는 집에 있었어요 (거의 95% 재택 근무 합니다.)
평소에도 언니는 책임감이 아주 강하고 매우 독립적인 사람이어서
모든일을 다 스스로 합니다.
한국에서 웨딩준비할때도 웨딩드레스 셀렉, 장소, 결혼 관련 모든 것들, 현지에서의 일상 생활에서도 평소의 모든 것들을 도움 없이 혼자 다 하고 혼자 모든 일 처리를 다 잘 합니다.
정말 제가 아는 사람 중 제일 독립적인 사람입니다.
언니 주변 사람들도 모두 언니를 그렇게 평가하고요.
그렇지만 언니도 내면은 아주 여린 사람이에요.
사실 언니는 평소에 제 얘기를 더 들어주는 편이고,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많이 안합니다.
그런데 언니가 최근에 이런 일을 겪었다고 이야기 하니, 갑자기 형부에게 서운하더군요..
제가 언니에게 그렇게 정신 없고 스트레스 받을동안 형부한테는 왜 말도 안했냐고 하니, 어차피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굳이 연락을 안했다고 하더군요.
사실상 맞는 말 입니다.
도우미랑 연락이 안되는걸 형부라고 연락이 되게 할 방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언니 개인의 일도 아닌 아이 문제면 같이 공유하는게 일반적이지 않나요?
당시에도 언니한테 "그래도 혼자서 책임지는건 아니다. 항상 모든 일을 혼자서하지 마라-" 라고 말했었는데, 오늘 다른 부부들 얘기를 하게되면서
언니에게 그 일화를 꺼내며
"평소에 형부가 얼마나 도움이 안되면, 형부한테 언니가 얼마나 기대를 안하면 연락을 안했었냐" 며 "뭘 해달라는게 아니라 부부가 심적으로도 같이 나눠야하는데 언니가 왜 모든 책임감을 지냐, 항상 언니 혼자만 애쓰지 말라" 고
한소리 했습니다.
혼자 다 잘 하더라도 조금은 못하는 척, 조금은 힘든 척도 해야지- 그러다 나중에 혼자 더 큰일로 힘들어지고 서운해질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좀 기댈줄도 알아라-
연약한 척을 하라는게 아니라 적어도 혼자 모든걸 그렇게 책임지려고는 하지말아라. " 라고 말하면서
타인을 예시로 언급했습니다.
"아무것도 할줄 모르니 더 챙김받고 잘지내니까 그여자보고 다들 시집잘갔다 남편복있다 이런소리도 한다." 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냥 언니 편으로서, 멀리 떨어진 가족으로서, 언니가 더 챙김받고 잘 지내길 바래서 한 말이었는데 언니가 저의 이런 발언에 기분이 안좋은 것 같습니다.
기분 나쁘다는 말은 안했지만 친한 사이다보니 제가 눈치로 알수가 있죠...
기분이 나쁜건지, 속상한건지, 서운한 건지,
저한테 괜히 말했다는 생각으로 후회가 되는건지,
언니의 감정을 제대로는 알수 없지만, 평소와는 다릅니다.
사실 언니는 이런 생활과 상황이 익숙해져서 괜찮았을 수도 있는데
제 발언이 너무 형부를 부족한 (?) 남편처럼 단정지은 것 같나요?
저도 언니의 결혼 생활의 겉모습만 보고, 그리고 제 기준으로만 판단한거라
생각이 짧은 발언이었을까요 ..?
사실 그동안 제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종종 저희 언니만 힘든 모습 (언니는 힘들다고 안느꼈을지도 ...? 힘들었어도 저한테 절대로 내색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 에 혼자 형부에 대해 서운함이 조금씩 계속 쌓였었는데 이번에 터진 것 같습니다..
그냥 제 의도는, 언니가 좀 연약한 척좀 하라-였는데
그래서 언니가 좀 더 챙김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도였는데
ㅠㅠ
언니를 위하는 말이긴 했어도,
언니 입장에서는 본인 남편인데.
그게 아무리 다른 사람이 아닌, 동생(가족)일지라도,
남편을 흉보는 것 처럼 느껴졌을까요?
ㅠㅠ..
근데, 어린 아이 데릴러 간 도우미랑 1시간 가량 연락이 안되어서 경찰 신고까지 하고 스트레스 받는 상황인데 남편한테 말을 안하고 혼자서만 책임을 짊어지는게 일반적인가요 ?ㅠㅠ
이래저래 속상한 마음에 글 남깁니다.
기혼자 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