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아버지께서 사기당할 것 같습니다
(추가)
어제 방황하는 마음으로 하소연 겸 올린 글이었는데, 긴 글임에도 관심 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부터 아버지와 일정이 있어서 함께해야 했는데, 아버지도 밤새 진정이 되셨는지 제 걱정을 해주시더라고요. 힘든 일 있는지 물어봐주시고요. 오히려 제가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어색해했습니다.
일이 있어 나갔다가 저녁은 가족끼리 함께했는데, 없던 일인 것처럼 평상시와 다름없이 보냈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의 모든 글을 다섯 번 넘게 읽었습니다. 올리자마자 제 부모님을 욕먹이는 일이 될거라는 생각도 들어 '삭제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새벽임에도 곧장 달아주신 댓글들이 힘이 되더군요. 실시간으로 하나하나 보고 있습니다.
제가 외동딸이라 형제자매도 없고 의논할만한 어른도 계시지 않아 익명의 누군가에게라도 여쭤보고 싶었던 건데, 정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댓글 중 말리더라도 듣지 않으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게 그거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오히려 반감이 생겨서 더 숨기고 '수익이 나면 두고보자' 하실 것 같아서요. 전에도 몇 번 사기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오히려 살짝 화를 내시곤 하셨거든요.
정말 다른 분들 말씀처럼 몇 백 드리고 '거 보세요 사기잖아요' 해야 하나 싶었는데, 적은 돈이라 수익이 붙으면 확신을 갖고 더 큰 돈을 투자하려고 하실까봐 걱정됩니다.
우선 카톡방을 캡쳐해서 제 휴대폰으로 보내뒀고, 월요일 되는대로 금감원에 신고하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 큰 돈은 없으니 바로 투자는 못 하실테고(주변에 돈을 빌릴만한 사람도 없고), 신고해서 계정이 제재가 되면 일단은 일단락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버지께 아무리 소리지르고 해봐야 들리지 않으실 것 같고, 오히려 더 숨기실 것 같아서요. 이후에도 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테니, 차라리 제게 쉽게 털어놓으시게 하려고 합니다. 아버지께는 조금씩 보이스피싱, 리딩방에 대한 것들도 알려드리려고요.
뉴스에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이야기를 들을 때와 관련 내용을 피부로 직접적으로 느낄 때가 다르다는 걸 깨닫습니다.. 부모님께서 주의한다고 하시더라도, 제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부모님께 더 신경쓰고 살아야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도움 주신 분들께 깊이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날이 추워지는데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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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항상 많은 선배님의 글로 많이 배워가는 새내기입니다.
이 주제로 글을 써도 괜찮은지 모르겠으나, 선배님들께 의견을 여쭤보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적절하지 않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저는 첫 회사에 입사한지 3년정도 된 주니어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회사 입사와 동시에 독립하여 자취중에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건축 일용직종으로 일평생 성실히 일하셨으며, 어머니께서는 고생하시는 아버지의 노고를 누구보다 이해하시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오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매주 로또를 구매하십니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 '내가 로또만 되면~'과 같은 이야기를 하시고, 그럼 저는 '벌써 몇번째 듣는지 모르겠다'며 웃고, 아버지는 '두고 봐라~'하시며 웃곤 합니다.
그런데 저저번주엔가, 아버지가 단체 카톡방을 보여주시더라고요. 여기 누가 2등이 되었다, 3등이 되었다 하면서요. 듣자하니 운영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매주 당첨 예상되는 로또 번호를 주나봅니다. 그럼 500명 정도 있는 그 카톡방에서 누가 당첨이 되었다면서 메세지를 보내고, 많은 사람들이 '축하한다'고 남긴답니다.
거기까지는 그렇구나 싶었어요. 그냥 아버지와 비슷한 분들이 모여서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나보다 했었지요. 돈을 내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운영하는 사람이 1대1로 대화를 하는데, 한번씩 투자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강요는 아닌데, 적은 돈으로도 할 수 있다면서요. 저희 집은 어머니께서 모든 돈 관리를 하시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용돈 외에는 큰 돈을 갖고 계시지 않아서 투자를 하진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단체방에 한번씩 누구님이 얼마를 투자하셔서 수익금이 얼마가 났고 총합 얼마를 얻으셨다는 내용을 이미지에 편집해서 올리는 걸 보고 자꾸 마음이 가시는 모양입니다. 저는 운영하는 사람의 프로필 사진이 몸매 좋은 젊은 여성이라는 것도 사기같고, 단체방에 들어가려면 그 운영자의 1대1 대화를 통해 입장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사기 같습니다.
무엇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수익을 만드는지도 모르는데, 아버지는 자꾸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결국 어제 밤에는 제게 넌지시 돈 몇 천만원을 빌려달라고 하셔서 이야기하다가 언성이 높아졌고, 싸우다가 어머니께서 분리시킴으로써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새벽까지도 아버지께 함부로 언성을 높였다는 후회,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것에 대한 서운함, 어머니께 험한 모습을 보였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제가 몇번이고 사기라고 말하더라도 아마 아니라고 하시면서 반감만 더 가지실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자세한 것은 모르시더라도 대충 사기라는 걸 짐작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쉽게 돈 버는 게 가능하겠어요. 만약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가족이나 친인척, 친구에게나 연락을 하겠지요. 연관 하나 없는 정년 지난 분에게 접근하는 건 결국 돈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아버지와 언성을 높이며 싸운 게 처음이라 그런지, 제 스스로도 마음 정리가 안되어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혹시나 이런 사기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알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조금이나마 정보를 부탁드립니다.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내어주신 분들 모두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