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이 팔렸습니다. 마지막 짐 정리하다 냉동실에서 오열했네요.
올해 초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 혼자 살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었습니다.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집이 안 나가더라고요. 마음 한구석으로는 오히려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마냥 비워둘 순 없으니 드디어 계약이 됐다는 연락을 받고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마지막 짐 정리를 하러 갔습니다.
이미 옷이나 가구같은 큰 짐들은 정리를 마쳤고, 주방만 좀 남아있었습니다. 냉장고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손을 못 댔거든요.
큰맘먹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엄마 성격답게 하나 하나 라벨지가 다 붙어 있고 깔끔하더군요.
냉동실 정리를 하는데, 맨 아래 칸 구석에 검은 비닐봉지 몇 개가 뭉쳐져 있었습니다.
꺼내보니 꽝꽝 얼어붙은 덩어리더라고요. 라벨지에 [수제비 반죽 - 2024. 12] 라고 적혀 있었어요.
제가 엄마 수제비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겨울에 저 오면 끓여주려고 미리 준비해뒀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글씨를 참 정갈하게 잘 쓰시는 분이었는데, 그 익숙한 글씨체를 보니까 이제야 진짜 엄마가 없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텅 빈 주방에서 차가운 반죽 덩어리를 들고 엉엉 울었습니다.
결국 수제비 반죽은 버리지 못하고 챙겨들고 집을 나왔습니다. 저희 집 냉동실에 다시 넣어뒀는데, 이걸 대체 언제쯤 끓여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니, 영원히 못 먹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엄마 맛이 그리워 어느날 충동적으로 먹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 또 눈물 섞인 수제비를 먹게 되겠죠. 상상만 했을 뿐인데 또 눈물이 납니다.
이제 엄마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웃고 떠들며 살겠죠.
엄마가 저 먹이려고 반죽을 치대던 그 시간도, 정갈하게 써 내려간 그 라벨지도 이제 다 다시는 없다고 생각하니 올 연말이 더욱 춥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없는 첫 번째 겨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