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이 팔렸습니다. 마지막 짐 정리하다 냉동실에서 오열했네요.

12월 21일 | 조회수 5,178
쌍 따봉
모순덩어리

올해 초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 혼자 살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놨었습니다. 워낙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집이 안 나가더라고요. 마음 한구석으로는 오히려 다행이다 싶기도 했지만, 마냥 비워둘 순 없으니 드디어 계약이 됐다는 연락을 받고 괜히 기분이 이상해져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마지막 짐 정리를 하러 갔습니다. 이미 옷이나 가구같은 큰 짐들은 정리를 마쳤고, 주방만 좀 남아있었습니다. 냉장고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손을 못 댔거든요. 큰맘먹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엄마 성격답게 하나 하나 라벨지가 다 붙어 있고 깔끔하더군요. 냉동실 정리를 하는데, 맨 아래 칸 구석에 검은 비닐봉지 몇 개가 뭉쳐져 있었습니다. 꺼내보니 꽝꽝 얼어붙은 덩어리더라고요. 라벨지에 [수제비 반죽 - 2024. 12] 라고 적혀 있었어요. 제가 엄마 수제비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겨울에 저 오면 끓여주려고 미리 준비해뒀던 모양입니다. 엄마가 글씨를 참 정갈하게 잘 쓰시는 분이었는데, 그 익숙한 글씨체를 보니까 이제야 진짜 엄마가 없다는 게 실감이 났습니다. 텅 빈 주방에서 차가운 반죽 덩어리를 들고 엉엉 울었습니다. 결국 수제비 반죽은 버리지 못하고 챙겨들고 집을 나왔습니다. 저희 집 냉동실에 다시 넣어뒀는데, 이걸 대체 언제쯤 끓여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니, 영원히 못 먹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엄마 맛이 그리워 어느날 충동적으로 먹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면 또 눈물 섞인 수제비를 먹게 되겠죠. 상상만 했을 뿐인데 또 눈물이 납니다. 이제 엄마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웃고 떠들며 살겠죠. 엄마가 저 먹이려고 반죽을 치대던 그 시간도, 정갈하게 써 내려간 그 라벨지도 이제 다 다시는 없다고 생각하니 올 연말이 더욱 춥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없는 첫 번째 겨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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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 따봉
    ㅇㅎ웋
    18시간 전
    글이.. 너무 가슴이 아리네요. 수제비 맛있게 끓여드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어머니도 매일 우는 내새끼보다 내가 해놓은 수제비 반죽으로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까르르 웃는 내새끼를 원하실거에요.
    글이.. 너무 가슴이 아리네요. 수제비 맛있게 끓여드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어머니도 매일 우는 내새끼보다 내가 해놓은 수제비 반죽으로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까르르 웃는 내새끼를 원하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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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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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멤버
    @멘션된 회사에서 재직했었음
    19년 05월 28일
    일하는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여 성공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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