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참 잘 버텼구나.”
올해를 돌아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참 잘 버텼구나.”
50대의 직장인이라는 건, 더 이상 ‘나 하나만 잘하면 되는 나이’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의 결과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리.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조심스러워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올해 내가 가장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사실 아주 조용한 날이었다.
팀원 한 명이 힘들어 보였다.
성과도, 표정도 예전 같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요즘 왜 이래?”라는 말부터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커피 한 잔 할까?”
그 한마디로 시작된 짧은 대화에서
그는 일보다 삶이 먼저 무너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조언하지 않았다.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끝까지 들어주었다.
며칠 뒤,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그날 말없이 들어주셔서… 다시 버틸 힘이 생겼어요.”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잘한 건 ‘정답을 말한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옆에 있어준 것’이었다는 걸.
올해 나는
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중심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앞서 달리지 않아도 누군가의 길을 밝혀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젊지 않아서 가능한 배려,
빠르지 않아서 가능한 기다림,
그리고 흔들렸기에 생긴 공감.
그래서 올해의 나는
큰 성과표가 없어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래, 너 참 잘했다.”
버텨낸 하루하루,
누군가의 어른이 되어준 순간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온 나 자신에게
조용히, 하지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