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서린 유리창 너머
"그릇"이라고 해야 할까, "사발"이라고 해야 할까.
카가와현 출신인 가게 주인은 늘 "우동 그릇"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내 눈에는 투박한 사발에 가까웠다. 짙은 갈색의 도기는 갓 삶아낸 면의 온기를 묵직하게 품고 있었다. 그 위로 멸치와 다시마로 맛을 낸 뜨거운 국물이 찰랑거렸다. 평범한 카케 우동. 퇴근길의 허기를 달래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가게는 신주쿠 교엔 근처, 대로변에서 한 블록 들어온 좁은 골목에 있었다. '사누키'라는 정직한 이름의 이 우동집은, 늘 비슷한 사람들로 붐볐다. 나처럼 퇴근길의 허기를 달래는 샐러리맨,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 그리고 가끔은 밤늦게 일을 마친 듯한 술집 아가씨들. 나는 언제나처럼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카운터석에 앉았다. 김이 서린 유리창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의 흐릿한 실루엣이 보였다.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주인장이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젓가락으로 면을 한번 휘저은 뒤, 국물부터 한 모금 마셨다. 혀를 감싸는 따뜻하고 짭짤한 감칠맛. 세상에는 이보다 맛있는 음식이 얼마든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이보다 더 위안이 되는 맛은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렸다. 찬 공기가 등 뒤를 스쳤다. 새로운 손님이겠거니, 생각하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젓가락을 쥔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흐릿한 기억 속의 얼굴.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얼굴.
"이수빈…?"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온 이름. 그녀는 입구에서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내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의자에 앉으며 자연스럽게 나를 쳐다보았다.
"어…?"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놀랐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는 버릇은 여전했다. 길었던 머리는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한 단정한 단발이 되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늘 분홍색 리본을 매고 있던 바로 그 머리카락이었다.
"혹시… 박선호?"
"응. 나야."
"세상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수빈이었다. 청솔초등학교 6학년 2반, 내 첫사랑, 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