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칭이라는 말 함부로 쓰지말자. 발사는 전체 시스템이 완성된 다음에야 가능하다
1. 창업가들과 상담하다보면 '론칭(출시)’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걸 듣는다. '제품이 완성되었으니, 다음 달에 출시하려고 합니다.' '웹 사이트 수정이 끝나서 다음 주에 론칭하려고 합니다.' '출시 일정에 맞춰 홍보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출시 일정이 계속 늦춰져서 힘듭니다.'
2. 우리가 살면서 늘 접한 용어이기에 상품을 만들면 당연히 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3. 애플이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를 출시할 때, 그 베타버전은 이미 1년 전부터 오픈되어 수많은 사용자들로부터 테스트를 거친다. 1년 동안, 고객과의 시운전을 거친 후 정식 버전을 출시한다.
4. 농심 같은 대기업도 새로운 라면을 출시하려면 신상품 개발팀에서 상품 개발도 하고, 시식회도 하고, 각종 조사와 검토를 거친 다음 출시한다. 그리고, 출시일에 맞춰 할인점, 편의점 등의 매대, POP 등 제반 준비 사항들을 다 확인하고, 광고, 보도 자료, 판촉 행사 등의 프로모션 준비도 완료한 후, 짠! 하고 내놓는다.
5. 이미 비즈니스가 자리 잡힌 대기업도 신상품을 출시할 때는 상품뿐 아니라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에 연관된 모든 요소들을 세팅한 후에 진행한다. 관련해서 테스트 마케팅도 다 마친 후일테고… 이미 비즈니스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도 새로운 상품을 올리는 데에 오랜 준비와 시운전을 진행한다.
6. 하물며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하는 창업 단계의 회사라면 더더욱 신상품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를 새로 만드는 것인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7. 기존의 시스템에 새로운 상품을 적용시키는 것과 처음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상품을 파는 것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다. 이미 있는 자동차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새로운 모델을 적용시키는 작업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자동차 공장부터 새로 짓는 것은 근본부터가 다른 일이다.
8. 사업이란 회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가치(Value)를 상품으로 패키징하고, 유통 채널을 통해 이를 전달하며, 돈이나 행동으로 가격을 받는 일련의 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관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체계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9. 시스템을 설계하고 나면 시운전을 해야 한다. 상품만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가동 상황을 테스트해야 한다. 이렇게 시스템 전체가 문제없이 돌아가고 막히거나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한 후,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여 라인을 가동시킨다.
10.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세팅하고, 시운전하는 과정 없이 제품만 완성하고서 출시하는 것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자초하는 일이다. 그래서 ‘출시’나 ‘론칭’이란 단어는 모든 창업 단계가 완료된 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단어다.
11. 요즘은 대기업들도 대대적인 출시, 론칭 같은 건 잘 하질 않는다. 일단, 1호점을 만들어서 해보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 지점을 개설하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슬그머니 사업을 접어버린다. 워낙 변화무쌍하고 변수가 많은 세상이어서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12. 수로로 따진다면 댐의 수문을 확 여는 시기는 수로의 모든 공사가 끝난 다음이다. 수로의 각 단계마다 막힌 곳이 없는지 확인을 한 이후이다. 그러고 나서 댐의 수문을 여는 것도 한번에 확 열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수로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량을 조금씩 조금씩 늘려간다.
13. 론칭이란 로켓 발사장이 완공된 후에나 할 수 있는 것이지, 로켓만 만들었다고 바로 발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로켓 생산이 생산 시스템이라면, 로켓 발사장은 마케팅(고객) 시스템에 해당한다. 즉, 생산 시스템 뿐 아니라, 마케팅 시스템, 그리고 수익 시스템까지 함께 완성되어야 발사가 가능하다.
14.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written by 작마클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