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모르는 PM 입니다. (1) - SM
화공과 나왔습니다.
졸업하고 취업을 중견기업치고는 크지만, 대기업이라고 하기엔 작고 인지도도 없는 제조업에 입사하니 공장을 가라고 하고, 공장에 가니 프로세스 자동화팀에 배치 받아 PM을 하라고 하더군요. PM이 뭔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때 첫 팀장님이 ’공장온 애들중 컴퓨터 관련해서 교양과목이라도 들어본 애가 너 밖에 없더라. 잘 할 수 있지?‘ 라고 하시더군요. 컴공 나온애들은 이런 제조업에 안온다고.. ㅎ….
그렇게 15년을 아는 것도 없이 멘땅에 헤딩하면서 PM으로 지냈습니다. 라인 자동화, 물류 자동화, 공장 자동화 등등.. 닥치는대로 했습니다.
코딩 할줄 모르고, DB도 모르고, 네트워크도 잘 모릅니다. 따로 강의나 공부할 기회도 없이 회사에 있는 메뉴얼 보고, SM 들어와 있는 협력사 개발자분들에게 물어물어 수박 겉핧기로 배웠습니다. 그나마 제가 아직까지도 모르는걸 인정하고 물어보는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어서 아직도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PM인가? 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 같은 것도 공부해본적이 없습니다. 내가 프로젝트 관리를 하는건지 개발자와 현업 사이에서 ’통역‘을 하는건지…
제가 다니는 회사 사람들은 ’그래서 결론이 뭐에요? 된다는 거에요 안된다는 거에요?‘,
’오부장.. 난 쟤네들이 뭐라고 하는지 통 모르겠어. 뭐라는거야?‘
‘오부장.. 이걸 자동화 하고 싶은데 이게 되는거야 안되는거야? 되면 돈이 얼마나 들어?’
라는 소리를 맨날 듣고 있고..
협력사들한테서는 ’부장님.. 현업에서 원하는게 뭐에요? 저희가 어떻게 해주면 되요?‘
’아, 이건 안되요.. 아시잖아요.‘
이런 얘기 맨날 듣고 있습니다.
안된다는 말 들을때 마다, ’개발은 여러분들이 전문가니까 안된다고 하시면 안되는 거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거 이렇게 해서 저렇게 연결해서 데이터 끌어오면 되는거 아닌가요? 제가 잘 몰라서 잘못 생각하는건가요?‘
라고 이야기 하면…
’(……) 아, 그러면 될것 같기도 한데요? 한번 확인해볼게요.‘
’야, 오부장. 맨날 모른다더니, 코딩만 안하지 빠삭하네~‘(협력사 이사님. 제가 신입일때 과장부터 해서 같이 계속 근무하신 분)
라고 합니다.
제가 갑이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그냥 이렇게 찌르기 전까지는 일을 잘 안하려고 합니다. 무리라고 하면 무리인거 인정하고, 이건 계약 밖이고 서비스로 하기에는 들어가는 노력이 너무 크다 하면 별도로 예산 받아 계약해서 M/M도 챙겨 줍니다. 공장에 있는 시스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이건 돈 들어서 예산 주셔야 하는데요’ 하면 사업부장이나 팀장이 레이저 쏘고 ‘넌 우리 회사 사람이냐, 저쪽 회사 사람이냐’ 라고 욕해도 주긴 줍니다.
그래서 저는 이 회사에 최적화된.. 다른 회사 가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 에라 여기서도 다 했는데 딴데 가서는 못할까? 하는 근자감도 있고 반반입니다.
하지만, 내놓을 수 있는 자격이 없어서 이직은 연전연패중.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