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나에게 딱 10분만 주어진다면 해주고 싶은 말
멍하니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스무 살의 나를 딱 10분만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제 기억 속 스무 살의 저는 세상 모든 것이 어렵고 두려웠던 아이였습니다. 특히 인생의 첫 갈림길이었던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는 몇 날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 새웠죠.
어릴 적부터 제 유일한 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얀 캔버스를 색색의 빛깔로 채워나갈 때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림 그려서 밥 벌어 먹고살기 힘들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나중에 후회 안 한다"는 걱정 어린 말씀들 앞에서, 제 꿈은 너무나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저는 부모님의 안도 섞인 미소와 안정적인 미래라는 모호한 말 앞에 제 작은 스케치북을 조용히 덮었습니다. 그리고 소위 전망 좋다 말하는 경영학과에 원서를 넣었죠.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다행히, 혹은 예상대로, 저는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도 꾸렸습니다. 가끔씩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작은 행복들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죠. 결코 불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득 공허한 순간이 찾아옵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박수를 받을 때, 꽤나 쏠쏠한 월급 명세서를 받아볼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상상을 하곤 합니다.
물감이 잔뜩 묻은 손으로 캔버스 앞에 서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서툰 그림에도 좋다고 말해주던 그 사람의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요.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봅니다.
스무 살의 저에게, 저는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까요?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그 과에 원서 절대 쓰지 말라고 소리치거나, 그 사람을 잡아야 한다며 등 떠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선택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대신, 잔뜩 주눅이 들어 세상을 살피던 그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딱 한 마디만 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네가 뭘 선택하든 너는 생각보다 훨씬 잘 해낼 거야. 그러니 남들의 기대나 세상의 기준보다, 네 마음속 작은 목소리를 조금만 더 믿어봐.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결국 모든 선택에는 정답이 없고,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평생 남는 거겠지요. 그래도 가끔은 상상해 봅니다. 그때 제 자신을 조금 더 믿어주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스무살의 당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