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매니징 피해자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은 지 약 4개월이 되어 갑니다.
기존에 하던 업무와 성격이 달라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같은 회사 안에서도 부서마다 보고 체계와 업무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 부서에서는 출장 업무가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팀장님께 출장 내용을 말씀드리고 출장 신청 후 다녀와서 복명서를 작성하면 업무가 마무리됐습니다.
반면 현재 부서에서는 출장 하나를 가더라도 사전에 팀장님과 본부장님께 구두 보고를 드리고, 내부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결재가 완료되면 해당 문서를 출력해 다시 보고드리고, 출장 당일에는 퇴근 전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출장지에 도착하면 도착 보고, 업무를 마치면 진행 상황 보고, 복귀 중이라는 보고, 사무실 도착 후 최종 보고까지 각각 드려야 합니다.
출장 후에도 미팅일지와 출장복명서를 별도로 작성해 보고해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출장 업무 자체보다 보고 절차를 수행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문서 작성 역시 쉽지 않습니다. 내용의 적절성이나 사업 방향에 대한 검토보다는 자간, 장평, 들여쓰기, 내어쓰기, 표현 방식, 단어 선택 등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수정이 매우 많습니다. 중요한 내용도 정해진 형식에 맞춰 두 줄로 줄여야 하거나 특정 표현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부분이 맞지 않을 경우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문서가 안 된다”, “이건 왜 이렇게 썼냐”는 식의 지적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문서를 보며 비웃거나 공개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위축되고 있습니다.
업무가 지연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보고 자체가 두려워진다는 점입니다. 혹시 또 지적받을까 걱정되고, 보고를 올리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마이크로매니징이 계속되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고, 회사 생활 자체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새 부서 적응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버텨보려고 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