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다음 생에는 꼭 '치약 짜는 법'부터 물어보고 결혼하렵니다.
맑은 가을 하늘을 보며 생각합니다.
부부란 무엇일까.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저희는 아침마다 '치약'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서 서로 다른 곳을 봅니다.
저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치약을 아래서부터 짜 올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제 남편은 본능을 따릅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그 토실토실하고 탐스러운 치약의 허리를... 꾸욱... 움켜쥡니다. 마치 내일은 없는 것처럼요.
화장실 휴지에 대한 그의 철학은 더욱 심오합니다. '오버'가 아닌 '언더'. 그는 휴지가 벽에 스치며 겸손하게 풀려나오는 것을 미덕이라 여깁니다. 그 과정에서 벽의 타일과 어떤 교감을 나누는지는 저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것은 청결하지 못하다고, 타일을 닦아낸 휴지로 볼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다 말하면 남편은 해맑게 웃으며 말합니다. "이게 더 편한데?"
휴지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서, 풀리는 쪽이 위로 오도록 '오버'해놓으면 거짓말처럼 다시 '언더'로 바꿔놓습니다.
하아. 그는 편하다는데 저는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이것이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길일까요, 아니면 제가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것일까요?
현자이신 선배님들의 고견을 여쭙고자, 투표를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