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자격증은 땄는데 현실은 파견직… 회계사 커리어 이렇게 시작해도 되나요?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저는 작년에 외국 대학교 졸업 후 외국 회계사 자격을 취득하고, 회계법인 빅4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했지만 취업이 잘 되지 않아 현재는 외국계 기업의 회계/자금팀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한 지는 이제 한 달 조금 넘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저도 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더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게 나중에 다시 회계법인을 지원할 때 좋게 보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으로는 빅4에 들어갈 실력이 부족해서 인더에서 시작하게 된 거고, 저 스스로도 그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회계사로서 제대로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기 때문에 여전히 빅4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최소 1년은 채우고 옮기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바로 다시 빅4에 도전하는게 좋을까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속상한 건, 외국 회계사 자격을 따느라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나름 자부심도 있었는데, 회계법인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자격증을 땄는데, 첫 직장이 대기업 정규직도 아니고 파견직이라는 현실이 좀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이라도 대기업 공채를 준비해보는 게 좋을까요?
선배님들의 조언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가글)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새벽에 너무 답답한 마음에 용기 내어 쓴 글이 이렇게 많은 분들께 읽히고, 조언까지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먼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때로는 위로 받고, 때로는 뼈아픈 지적도 새겨들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추가로 쓰는 이유는, 몇몇 분들께 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아 조심스럽게 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는 것입니다.
저는 회계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에겐 흔한 꿈일 수도 있지만, 제게는 간절한 목표였습니다.
제가 가진 여건 속에서, 해외 유학 시절부터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다고 믿었던 회계를 붙잡고 공부했고, 4년 넘게 달려와 외국회계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누군가는 ‘외국 자격증’이라 가볍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그게 전부였습니다.
제가 이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서 밤새워 책을 붙잡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회계법인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고, 결국 저는 외국계 회사의 회계팀에서 파견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다만, 제가 고민했던 건 단 하나였습니다.
“이 선택이, 회계사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가기 위한 올바른 시작점일까?”
혹시 이 파견직이 장기적으로 마이너스로 작용하진 않을지, 그렇다면 조금 더 늦기 전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럴 거면 외국에서 일하지 왜 한국에 있냐”고 하시지만,
저는 한국에 있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은 제가 가진 자격과 경험으로 한국에서 어떻게든 커리어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제가 감히 한국 회계사님들과 비교하겠다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 치열한 과정을 거쳐오신 선배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저는 단지, 제 방식으로 정말 열심히 달려온 지난 시간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저는 질타도 당연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혹시라도, “이 친구, 진심이 있구나”,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지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느껴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그 말씀 하나하나에 다시 일어설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모든 조언 하나하나 새겨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