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안할 이유라는게 뭘까요
안녕하세요,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닌지 1년이 조금 넘어갔네요.
회사는 규모가 작아 사실상 하나의 작은 팀처럼 운영되고있고, 대표님이 매일 출근하셔서 팀장 역할을 함께 하고 계십니다. 중간 관리자는 없고, 저희끼리 약간의 직급이 나누어 져 있는 정도에 모든 승인과 결정은 대표님이 직접 하고계세요.
몇달 전부터 회사 납품같은 일들이 꼬이기 시작해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짜증을 많이 내기 시작하셨는데, 이게 이번달부터 온전히 저를 향하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왜 저를 향하는지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어요. 대리님은 지금 하고계신 업무중 딱히 책잡힐만한 복잡한 업무가 없으시고, 저와 제일 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신 주임님은 잘못된 부분이나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 목소리를 내시는 편이기에 대표님과 이번달만 몇번씩 마찰이 있으셨구요. 신입분들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결국 제일 만만한 사람이 제가 된 구조겟죠...
이전 회사에서 더 한 팀장님도 만나봤기에 저도 참을만해서 참은건데 이게 점점 물건이 배송중에 파손이 나거나, 공장측에서 실수를 한것도 정신을 차려보니 전부 제 잘못이 되어있더군요..ㅎㅎ...
잘 진행중이던 업무에 대해서도 갑자기 실수가 많아서 일을 맡기지 못하겠다고 하시고, 꼼꼼하지 못해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다른 직원들 앞에서 큰 소리로 지적하시며 업무 배제를 하기 시작하시더니 지금은 하는 업무도 없으면서 단순업무 하는걸 부풀려서 업무 보고를 쓰지 말라고 하시네요ㅎㅎ 처음 몇번은 억울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정말로 제가 그렇게까지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생각도 들구요...
최근에는 대표님께 받은 PDF의 글자가 깨져 재요청을 드리자 너가 미리보기로 봐서 그런거 아니야? 같은 의심부터 하십니다...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상사 아래에서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싶네요...
이번주에 특히 그런 말이 잦으셔서 스스로가 정말 회사에서 월급만 받고 놀러다녔나 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 1년간 보냈던 업무보고메일을 전부 읽어보고 왔습니다.
읽어보고서 든 생각은, 입사 당시 들었던 업무 내용과 실제로 맡았던 업무가 10퍼센트도 맞지 않는다는 점과, 회사의 자잘한 업무들은 이때까지 제가 다 처리해왔음에도 지금의 평가가 잡무밖에 못하는 사람이라는게 너무 허탈하다는 생각이네요...
신입때는 신입이라서 잡무를 했고, 지금은 그것밖에 일을 못 주는 사람이니까 잡무를 하고. 뭐가 맞는 말일까요
오늘 하루종일 울다가 고민하다 울다가 고민하다가를 반복중인데
회사를 그만 두지 않을 이유라는건 뭘까요.
몇달 내내 이런이유 저런이유를 붙여 버틸만 하다고 생각하고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직서를 내더라도 내가 다른 회사에 갈 준비를 마치고 난 후에 하는게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주에 유독 그런 말을 듣고, 주말 내내 이런 생각만 하니 갑자기 버틸 자신이 없어지네요.
감정에 휩쓸려 회사를 그만두는게 좋지 않은 판단이라는것도 알고있고, 다른 회사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것은 없으며, 그렇기에 한 자리에 최소 2년은 있어봐야 한다는 말도 알고 이해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계속 견뎌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이 되네요...
주말에 약속도 취소하고 털어놓을 곳도 달리 없어 중얼중얼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