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예뻐서 샀는데 떡상? 그 속에 숨겨진 투자의 본질
우스갯소리로 들리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로고가 예뻐서, 혹은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대박 났다는 말.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죠? 술자리 단골 안주 같은 이 이야기는 보통 '초심자의 행운'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약'이라는 식의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거 꽤나 그럴듯한 의견 아닐까요?
로고를 '예쁘게' 만드는 데 들어가는 투자가 사실 이만저만이 아닌 거, 우리 모두 잘 알지 않습니까. 수많은 디자이너와 마케터가 머리를 맞대고,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을 쏟아부어 기업의 얼굴을 만듭니다. 이름을 잘 짓는 데 들어가는 투자도 마찬가지고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단순히 예쁨의 영역이 아닙니다. 잘 만든 로고와 이름은 그 기업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응축된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디테일에 집착하는 기업이라는 증거입니다.
로고 디자인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는 회사가 과연 자신들의 핵심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충 만들까요?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까지 최고의 결과물을 추구하는 완벽주의 DNA가 기업 전체에 흐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우리 손에 들린 애플의 아이폰만 봐도 그렇죠.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의 완벽한 비율과 미니멀리즘은 그들의 제품 철학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둘째,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기업이라는 신호입니다.
좋은 로고와 이름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습니다. 이는 회사가 단기적인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될 브랜드의 가치를 내다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이름을 따온 나이키와 그 역동적인 로고를 떠올려 보세요. 반세기가 넘도록 그들은 승리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셋째, 고객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한 기업입니다.
결국 로고와 이름은 고객에게 말을 거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고객의 뇌리에 깊이 박힐 매력적인 상징을 만드는 데 큰돈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전기 모터의 단면을 형상화한 테슬라의 T 로고는, '우리는 전기차의 본질을 아는 혁신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단번에 전달합니다.
혹시 "이 글 보고 로고 예쁜 회사에 전 재산 몰빵했습니다" 같은 댓글이 달릴까 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예쁜 로고를 보는 눈도 필요하다는 것을요. 로고가 예뻐서 샀는데 떡상했다는 말에 그 회사 로고를 봤지만 대체 어디가 예쁘다는 건지 모르겠던 기억 있지 않으신가요? 당신의 미감도 중요하다 이겁니다.
그러므로 미감을 가지지 못한 당신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면에 숨은 '태도'입니다. 기업의 얼굴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자신들의 철학을 어떻게든 보여주려 애쓰는 그 집요함 말입니다.
어쩌면 "로고가 예뻐서 샀다"는 말은, 복잡한 재무제표와 시장 분석 너머에 있는 기업의 본질과 미래 가치를 꿰뚫어 본, 가장 날카로운 직관의 다른 표현 아니었을까요? 그러니 다음부턴 누군가 이런 말을 하거든 그저 웃어넘기지만 말고, 그 회사를, 로고를, 태도를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는 미감이 떨어져서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