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만에 연락 온 중딩 동창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습니다. 읽어 보니까 나 누군데 그때 많이 미안했다, 잘 살길 바란다고, 중딩 동창이더라고요.
중3때 같은 반이었던 애인데 소위 말하는 노는 무리를 만들어서 저를 괴롭힌 애였습니다. 신체적 학폭까지는 아니고, 정신적으로 교묘하게 괴롭히고 눈치 줘서 그 이후로 성격이 많이 소심해졌습니다. 걔 때문에 성적도 많이 떨어졌었고요.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려다가 관두고 이유를 물었어요. 왜 갑자기 사과하냐고.
그랬더니 걔가 살다 보니 자기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그러다 보니 가끔 네가 생각났다, 결혼을 앞두고 꼭 너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연락했다, 라고 하더군요.
기가 차서 바로 전화 걸었습니다. 나는 너 때문에 그 이후로 고1때도 적응하기 얼마나 어려웠는 줄 아냐, 지금 너 결혼 전에 속 편하자고 사과하는 거냐, 난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가끔 사라지고 싶다, 등등 악담을 퍼부었는데, 꼭지가 돌아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다.
그러고 제 마음대로 전화를 끊었더니 걔한테 장문의 문자가 오더라고요.
우리 이제 10대 아니 언제적 일로 아직도 멘탈이 그렇게 약하냐면서, 사과했으면 받아주면 될 일인데 아직까지 그걸 붙잡고 상처 받았다고 남탓하는 게 찌질하다고...ㅎ 마음에 울분이 많은 것 같으니 마음 수련하면서 살라고 하더라고요...
쌍욕을 박아서 답장하려다가 핸드폰 집어던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며칠째 잠이 안 오고 작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빨리 뛰고 동창 얼굴이 떠오르면, 결혼식 깽판치는 상상을 합니다. 그 애 말처럼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잠깐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제가 찌질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