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을 했든, 친한 사이든 헤어질 때를 아는 법?
로켓, 부스터, 그리고 이상한 저녁식사
“이 스타트업 판에선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이 많아요.
물론 내가 아니라 다행이지만요.”
스타트업 아이템이 진짜 괜찮은지 알고 싶으세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썰물처럼 사라지기 시작해요.
빠르고 조용하게.
남은 건 나 혼자죠. 손에 명함과 기획서만 남죠.
한때 나에게 도움을 청했던 사람들요?
이제 내 전화를 설문조사처럼 피합니다.
길에서 마주치면,
“아차! 연락 드리려던 참이었어요!”
라는 말과 함께 집에 가스 켜놓고 나온 사람처럼 바쁜 표정으로 인사해요.
어느 날,
잘 알던 분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연락해 왔습니다.
좋은 술을 가져왔어요. 물론 나는 업데이트된 기획서를 챙겼죠.
두 잔쯤 마셨을까.
그분이 갑자기 폭주를 했습니다.
“왜 자꾸 날 대표라고 불러. 내가 회장을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참석한 사람들이 난처해 했어요.
뭐지? 회장이 선출직인가?
웃으며 말했으면 앞으로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되는 거잖아요.
돈 드는 것도 아니니 말이에요.
그런데 너무 진지해서 분위기가 묘해졌죠.
그냥 일어나 나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옆자리엔 예전부터 존경하던 선배가 앉아 있었어요.
머릿속이 아주 혼란스러웠죠.
신세 참 처량해지더군요.
다음 날 아침.
“어제는 통풍 약 때문에…” 로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가 왔어요.
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로켓이랑 부스터는 처음엔 꼭 붙어 있어야 하지만,
제때가 되면 미련없이 분리돼야 하죠.
아니면 둘 다 터집니다." 라고요.
우린 서로 누가 로켓인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뻔한 거였죠.
며칠 뒤, 유명 애니메이션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작가 소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왜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요.”
잠깐의 정적.
그리고 “좋습니다.”
그 순간, 거의 울 뻔했어요.
요즘엔 그냥 전화를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니까요.
(사실 그 때 내 부탁을 무시했으면 좋았을텐데요.)
펀딩 얘기까지 나올 뻔했지만,
자존심이 목구멍까지 올라와 막았죠.
작가 문제는 해결될 것 같았어요.
그리고…
기다리던 한글 교육 전문가와의 미팅도 잡혔습니다.
“어… 이거 진짜, 움직이기 시작하네.”
참 순진했어요. 이제 시작인데, 거의 끝난 것처럼 웃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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