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자 셋이 공동 자산 형성한 이야기
요즘 보면 결혼은 손해라는 둥,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한다는 둥 극단적인 이분법 싸움 지천이죠. 근데 삶의 형태가 꼭 기혼 가족 아니면 비혼 독신 둘 중 하나여야 할까요?
저는 저처럼 비혼인 친구 2명과 뜻을 모아, 각자 자금을 합쳐서 쪼끄만 다세대주택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서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1층은 임대를 주고, 2~4층은 각자 한층씩 독립된 주거 공간으로 사용 중이고요.
친구끼리 돈 얽히면 100% 원수 된다, 싸우면 어떻게 할 거냐, 혹시라도 결혼하면 어쩔 거냐며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쓸데없는 잡음을 만들지 않게요.
우선 초기 투자 비율대로 정확히 공유지분 등기를 올렸고, 대출 이자와 공용 관리비, 수리비는 무조건 1/N로 균등 부담하고, 연체 시에는 미리 정해둔 가산금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혹시 연인, 가족 등 제3자가 1개월 이상 장기 상주하거나 각자 사용 중인 공간을 임대하려는 경우에는 전원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약정했습니다.
이 외에도 자잘한 조항들이 많아요. 서로를 아무리 믿는다 해도 제3자가 끼게 되면 문제 되는 일들이 생기니, 그걸 시작으로 해서 소소한 부분까지 확실하게 하도록 했던 거였습니다.
실제 살아보니 어떠냐고요?
각자 한 층을 통째로 쓰니 사생활 침해가 전혀 없어서 너무 좋습니다. 땡길 때 옥상이나 편한 집에서 맥주 한잔씩 하고, 아플 때 약 사다 줄 수 있는 딱 적당한 거리감의 공동체가 형성됐고요. 건물 가치도 함께 관리하니까 자산 형성 면에서도 훨씬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서로 계산기 두드리며 비난하거나, 혼자 외롭게 늙어가는 것에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아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시스템을 구축하면 생존의 방식은 얼마든지 다양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정해준 트랙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평화로운 대안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 길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