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감각. 사무직 체질이 아닌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약종료가 다가오고 있어서 나름 회사측 반응을 보려고 먼저 움직여 봤습니다.
아무 말 안하면 그냥 자동으로 계약연장에 임금도 이대로 고만고만 할 것 같아서요.
은행과 트러블이 있어서 계약연장을 안할 수도 있다는 말로 시작 했습니다. 연봉이 너무 적다고 의사표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 빼고 모두 여성인 팀이라 장거리 출장이나 힘쓰는 일 깉은건 업무분장 따지지 않고 전부 도맡아 했습니다. 니 일 내 일 따지는건 성격에 맞지도 않고, 잘 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좀 손해 보더라도 마음이 편하자는 주의라서요.
이런 이유로 팀장님은 경영팀에 매달려서 연봉협상 여지가 있는지 자꾸 들락거려 보시지만, 제가 보기엔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한군대 내 분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득히 매달리는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뭔가 쌓아 나가려는 의욕도 점점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몸 다칠 걱정 없이, 연봉을 잘 받을 수 있으면 차라리 저렇게 질척거리는 사무실 보다 눈앞의 일감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현장 기술을 배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도 밀려 옵니다.
그러다가도 그냥 현실감을 잃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어서 그나마 있는 기회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가능성에 중독되지 말라는 어느 분의 충고를 따라 당장 현금을 모아서 노후를 위해 저축이나 해야지 싶다가도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 할 수 있는게 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인생을 낭비해 왔고 앞으로도 낭비해 갈거라는 감각이 무섭기도 합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꿈이니 자기개발이니 하는 것들의 진짜 목적은 근로자들을 끊임없이 가능성의 상태에 중독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려는 것 일까요?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이란건 그저 팔자좋은 백일몽 같은 걸까요? 무엇을 얼마나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처럼 계속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하는 에피메테우스 짓을 계속하는 수 밖에 없을까요?
다들 어떻게 견뎌내고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