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의 영역 / 실력의 영역
최근 마이클 모부신의 "운과 실력의 성공방정식"을 읽고 느끼는 점이 많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는 언제나 노력하면 다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다 보니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당연히 내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요. 이 책을 읽고 보니 내 피드백은 좋지 않았고 접근하는 생각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자인 마이클 모부신은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지만, 스스로의 성공을 자랑하려고 스스로의 방법이 최고라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닙니다. 그는 책 중에서 본인이 금융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된 임원 면접 사례를 소개합니다. 그는 여섯 단계의 면접을 거쳐 임원 면접장에 들어섰는데, 그 임원의 사무실 쓰레기통에는 마침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팀의 로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스포츠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고, 그는 그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인사 담당자를 통해서 이전 여섯 단계에서는 모두 불합격 점수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처럼 세상의 모든 일이 운과 실력의 곱셈으로 펼쳐지는 것입니다. 운이 많이 작용하는 영역에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해봐야 결과는 운이 크게 작용하게 되며, 실력이 많이 작용하는 영역에서 요행을 기대할 수는 없지요. 저자는 운-실력 스팩트럼에서 지금 하고자 하는 위치가 어디쯤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업무에도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많지만, 투자는 더더욱 실력보다는 운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분야입니다. 주가와 관련이 있다는 EPS(주당순이익), ROIC(투하자본이익률) 등이 있지만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매일 뉴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하는 경우 큰 영향을 미치는 블랙스완과 같은 사건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요. 아무리 기업을 꼼꼼히 분석한다고 해도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시장이며, 거시 경제를 아무리 잘 예측하는 사람도 매번 틀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투자의 분야에서는 전문가들의 말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고, 스스로도 투자의 실력을 키우겠다며 통제할 수 없는 분야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를 저자는 “세상만사를 운수소관으로 돌리면서 노력하지 않는 것보다 사건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 인류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네요.
이 책에서는 운-실력의 작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다양한 오류들을 소개하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모든 상황에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인과관계를 찾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력과 운이 미치는 영향을 구별하기 힘듭니다. 어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면 사후확신 편향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래서 해당 사건에 얼마나 많은 운이 작용했는지 모르고 필연적으로 발생했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예측력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 중 일부를 요약해 봅니다:
1. 운-실력 스펙트럼에서 활동 분야의 위치를 파악하라
2. 표본 크기, 유의성, 블랙스완을 고려하라
3. 사후 가정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을 활용하라 – 일어나지 않았으나 일어날 수 있었던 사건을 검토
4.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개발하라 – i) 과정에 집중(분석, 심리, 조직), ii) 체크리스트 활용 iii) 판단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것
5. 상황에 맞는 전략 수립
6. 평균 회귀를 활용
7. 한계를 인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