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부동산 버블의 기준, 이유, 그리고 전망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어찌 보면 전국민)은 부동산에 대한 거품의 기준이 각자 다르시리라 생각됩니다. 그 기준으로 현재의 가격이 비싸다 또는 싸다고 판단해서 의사결정에 반영하시겠죠.
제 글을 오랫동안 봐오신 분이라면 제가 생각하는 거품의 기준은 "주택구입부담지수"와 "전세가율"이라는걸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이 거품을 판단하는데 적절한지를 살펴보는게 옳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A지역의 중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A지역의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의 부채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령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00이면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소득의 25%를 사용한다는 의미입니다.
PIR(소득 대비 집값)로 거품 여부를 판단하셨다면 PIR이 전고점을 계속 경신하면서도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려웠을텐데 이는 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크게 완화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일으켜 주택을 구매한 영향도 컸기 때문으로, PIR은 이러한 상황을 캐치하지 못합니다.
반면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저금리를 지수 산출에 반영하기 때문에 PIR보다 시장 상황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모든 소득계층과 모든 가격대의 주택을 커버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어차피 그렇게 모든 계층과 주택을 커버하는 지수도 없을 뿐더러 주택구입부담지수의 산출 기준이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한다는 것인데 상위소득 가구가 상위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것과 크게 차이점이 없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령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62%, 상위 40~60% 가구의 소득은 +59% 증가한 반면, 전국 아파트 가격은 상위 20%가 +121%, 상위 40~60%가 +129% 올랐습니다. (서울은 상위 20%가 +155%, 상위 40~60%가 +150% 올랐습니다.)
즉, 중장기적으로 상위소득과 중위소득의 상승률이 별 차이가 없었고 상위아파트와 중위아파트의 상승률도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할 때의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체 가구와 아파트를 커버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의미는 작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64 언저리에 도달했던 2008년 2분기와 2018년 4분기에 집값이 중장기든 단기든 조정장을 겪었던 사례를 돌아보면 이 지표가 거품 수준을 알려주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지표라는 생각입니다.
전세가율은 말그대로 전세값이 매매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지표인데요, 전세값이 주택의 사용 가치(or 현재 가치)를 반영한 가격이라면, 매매값은 이에 더해 주택의 투자 가치(or 미래 가치)까지 반영된 가격이라고 할 때 전세값과 매매값의 괴리가 커진다면 주택의 사용 가치 대비 투자 가치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을 의미하므로 거품이 커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과거 상승장을 돌이켜보면 서울 한강 이남은 2007년 상반기 전세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면서 매매값의 상승이 먼저 멈춘 반면, 서울 한강 이북은 당시 전세가율이 50% 수준이어서 매매값이 상승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에 서울 한강 이북도 전세가율이 40%대 초반까지 떨어지자 매매값 상승이 멈췄죠.
전세가율이 40% 언저리까지 가면서 매매값과 전세값의 괴리가 극대화되자 매매값이 상승을 멈췄다는 얘기이므로 매매값과 전세값의 괴리를 나타내는 전세가율도 거품을 나타내는데 의미가 있는 지표라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수 상태는 어떨까요.
우선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기준 245.9로 전고점인 2008년 2분기 164.8 대비 무려 +50% 가까이 초과된 상태입니다. 과거 23년간 평균은 134.0이구요.
(실제 주택금융연구원에서 발표한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14.6인데 제가 245.9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주택금융연구원에서 주택구입부담지수의 산출기준 중 하나인 중위가격 주택을 2012년까지는 KB부동산 기준으로 했다가 2013년부터는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2013년 이후도 KB부동산 기준으로 지수를 별도로 환산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하락장때는 KB부동산의 가격 반영이 너무 늦어 지수 기준을 다시 한국부동산원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즉, 서울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 중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중장기 평균은 소득의 34%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수준이었고 전고점은 41%를 사용하는 수준이었는데 2022년 3분기는 61%를 사용하는 수준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과거에 비해 훨씬 거품을 키운 원동력은 저금리 외에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전세자금대출"입니다.
2008년에 최대 1억원으로 시작한 전세자금대출은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어갔고 이것이 전세값을 밀어올리면서 매매값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2012년 22조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2021년 180조원까지 올라갑니다. 산술적으로도 9년간 158조원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연스레 과거보다 거품을 키운 결과가 되겠습니다만 전세자금대출이 앞으로 사라지기 힘든 제도라고 볼 때 이제 이는 상수로 판단하는게 옳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렇다면 전세자금대출이 없었던 2000년대의 거품과 2020년대의 거품 기준을 동일하게 봐서도 안된다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에 주택구입부담지수의 고점 역시 과거보다 높은게 당연하다고 지적하실 수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부채 상환 거치 기간이 길었던 반면 지금은 그 기간이 짧아져 이른 시기부터 원리금 상환이 시작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결국 그 효과가 상쇄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둘째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입니다.
1주택자가 무주택자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볼 때 시장을 하락 전환시킬 만한 매물은 다주택자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할 경우 매매 유통 매물이 크게 줄어 집값을 급등시키게 됩니다. 실제 다주택자 양도세가 중과된 2006년과 2018년에 집값이 급등했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2009년과 2022년부터 집값이 하락한 사례가 이를 입증합니다.
특히 2018년 집값 급등 사유를 두고 박근혜 정부때 대출을 많이 풀어서 그렇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하나하나씩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준금리: 2017년 1.25% → 2018년 1.50%
② 주택담보대출(신규) : 2017년 76조원 → 2018년 50조원
③ 가계부문 통화량 증가율 : 2017년 +6% → 2018년 +4%
④ 아파트 입주량 : (전국) 2017년 39만호 → 2018년 48만호, (서울) 2017년 3.0만호 → 2018년 4.3만호
⑤ 아파트 중위매매가 상승률(KB) : (전국) 2017년 +6% → 2018년 +10%, (서울) 2017년 +14% → 2018년 +23%
2018년 들어 기준금리는 올랐고 주택담보대출은 줄었으며 가계부문 통화량 증가율도 줄었고 아파트 입주량은 늘었는데, 집값이 오히려 더 크게 상승한 것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따른 유통 매물 감소 효과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셋째는 "임대차3법"입니다.
2020년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은 해였습니다. 전국 37.3만호, 서울 5.7만호가 입주했는데 이는 2011~20년 연 평균 입주 물량(전국 31.7만호, 서울 3.7만호)보다 각각 +18%, +54%나 많은 물량입니다.
입주 물량이 많으면 전세값은 당연히 하방 압력을 받게 마련입니다. 수급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게 전세값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20년의 입주 물량은 전세값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고 이는 마찬가지로 매매값 상승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입주 물량도 상당했기에(전국 40.1만호, 서울 4.6만호) 전세값이 안정화되었었는데요(아파트 중위전세가 기준, 전국 -1%, 서울 +2%), 2020년 입주 물량도 많았으나(전국 37.3만호, 서울 5.7만호) 전세값은 오히려 크게 뛰고 말았고 (전국 +22%, 서울 +28%) 이것이 매매값도 밀어올리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결국 임대차3법으로 전세 유통 매물이 감소하여 급등을 초래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마찬가지로 "매물을 틀어막는 부작용"으로 수급이 틀어진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전세값 급등을 두고 금리 인하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언론도 있었습니다만 2019년 기준금리가 1.75% → 1.25%로 떨어질 때도 전세가가 하향 안정화되었는데(입주 물량이 많아서) 2020년 기준금리가 1.25% → 0.5%로 떨어졌다고 전세값이 폭등했다는건(입주 물량이 여전히 많은데)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생각됩니다.
(실제 한국은행도 2020년 전세값 급등이 금리 인하때문이 아니라 임대차3법 때문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때도 잠잠하던 전세값 상승률은 임대차3법 이후 전세 유통 매물이 급감하면서 크게 폭등하게 됩니다.
전세가율은 어떨까요.
서울 전세가율은 2022년 12월 기준 52.9%로 과거 23년간 평균 55.3% 대비 다소 낮은 상태입니다. 일견 문제가 없어보이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2가지 있습니다.
첫째, 과거의 전세가율과 현재의 전세가율은 앞서 언급한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존재의 유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령 전세자금대출이 없었던 시절의 전세가율 고점은 2001년 10월 64.6%였던 반면,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시절의 전세가율 고점은 2016년 6월 75.1%였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자금대출 유무의 차이는 전세가율 10% 내외라는 간단한 추정이 가능해집니다.
전세가율 저점은 어떨까요.
전세자금대출이 없었던 시절의 전세가율 저점은 2009년 1월 38.2%였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자금대출이 있는 현재의 전세가율 저점은 그보다 10% 내외 오른 48% 전후가 될 것이라는 추정이 이뤄집니다.
기준금리를 2008년 9월 5.25%부터 2009년 2월 2.00%까지 빠르게 내리자 집값은 다시 반등하였으나 2009년에 전세가율이 역대 최저점을 기록할 정도로 매매값과 전세값의 괴리가 벌어지자 집값은 결국 상승 탄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중장기 하락장에 접어들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장에서 서울 전세가율이 48% 근처까지 갈 경우는 매매값이 상승 탄력을 받기 매우 어려워지면서 하락 추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 "추세"입니다.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54.6~54.7% 사이를 오가면서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던 서울 전세가율은 11월 53.9%, 12월 52.9%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라면 바로 위에서 언급한 48% 근처까지 빠르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매매값의 하락보다 전세값의 하락이 더 가파르다는 건데요, 금리 급등으로 전세값이 하락한 것이라는 의견도 많으나 실제 상황의 본질은 "임대차3법의 되돌림 현상"이라는 생각입니다.
앞서 임대차3법으로 2020년이 입주 물량이 많은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값이 급등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10채의 전세집이 있고 12가구의 전세수요가 있다면 전세 경쟁률은 1.2대1이 되고 전세값은 그 경쟁률을 기준으로 조성됩니다.
② 그런데 10채중 8채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게 되면 남은건 2채의 전세집과 4가구의 전세수요입니다. 그럼 남은 집의 전세 경쟁률은 2대1이 되고 경쟁률 급등으로 전세값이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전세 유통 매물이 급감하여 이러한 상황도 나오게 되었구요.
그런데 2022년 하반기는 이전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집들이 갱신청구권 만료로 매물로 출회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위에 언급한 순서대로라면 다시 전세 경쟁률이 2대1에서 1.2대1로 회귀하게 되는 셈이죠. 이 과정에서 펀더멘탈 대비 오버슈팅되었던 전세값이 다시 펀더멘탈로 회귀하게 되면서 하락하게 된 셈입니다.
금리 급등으로 전세 수요가 월세 수요로 전환되어 전세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견은 2022년 하반기부터 전세뿐 아니라 월세 매물까지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결국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집들이 전월세 매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2022년 하반기 들어 매매값이 급락한 것은 전세자금대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임대차3법 등으로 오버슈팅된 집값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 저금리 상황 붕괴와 맞닥뜨린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으나 정부의 발빠른 규제 완화 조치로 최근 하락세가 잦아들고 일부 지역은 반등하는 모습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임대차3법으로 오버슈팅된 전세값이 임대차3법의 되돌림 현상으로 증가한 매물로 인해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는데다 2023~24년 수도권 입주 물량이 많은 것으로 전망되어 전세값 반등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부분이 매매값이 장기간 반등하기 어려운 상황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2022년 4분기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3년 3월말에 나오기 때문에 아직 확인하기 어렵지만 매매값 하락으로 지수 자체는 3분기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장기 평균 대비는 월등히 높은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전세가율도 당분간 하락 추세가 이어진다고 봤을 때 현재 나타나는 매매값의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판단하기는 회의적이라는게 제 의견입니다.
실제 추세 전환은 전세가율이 반등하고 일정 수준까지 올라줬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의 2009~13년 중장기 하락장은 2013년 9월 종식되고 상승장으로 전환되었는데요, 그때 전세가율이 60%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전세가율이 60% 수준이라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기 시작하고 갭투자도 따라붙기 시작하는 바로미터라는 생각입니다.
어찌 보면 그동안 제가 조각조각 나눠서 이야기해왔던 부분들을 이 글을 통해 집대성했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 주장들에 좀더 근거들을 보완해봤습니다.
물론 제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파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겨울은 겨울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한주 되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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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밀 번 호 : 7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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