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업무로 퇴사 괜찮을까요?
저는 서울시내 중상위권 대학 경영학과를 낮은 학점으로 졸업하고 영어 성적은 없습니다.
42세 여자인데 우여곡절이있어서
중간에 5년정도 공백기가 있고
직장경력은 12년차, 그 중 회계 경력은 8년차에요.
우연히 외국계회사에서 회계 업무를 하게되었는데
재미있어서 더 배우고싶은 마음에
회사다니면서 주경야독해서 AICPA를 취득했습니다.
영어를 읽기 쓰기 정도만 하는데 외국계 회사에 다니더보니 점점 스트레스가 커지고
더 큰 조직에서 경험을 쌓고 싶은 마음도 커서
매출2조원 규모의 국내중견기업 과장급으로이직을 했습니다.
그동안 일했던 회사들과는 다른 분위기이고
일도 많을거라고 각오하고 오긴 했는데,
이직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스트레스와 과로로 건강이 상하는걸 느낍니다.
지금 하고있는 일은
1. 사업부 회계담당
2. 자회사12개 연결
3. 국책과제 프로젝트 5건 회계담당
4.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개선프로젝트
5. 회계시스템개선 프로젝트
6. 회계감사대응
7. Ad hoc 회계이슈사항 조사, 투자실사 등
전직장에서는 팀장님 이하 직원이 저 뿐이라
모든 실무를 제가 했고 본사에 보내는 수많은 보고서, 부가세신고, 자금관리까지 다 했어도 칼퇴했는데
현직장에서는 2-3시간 초과근무는 기본이고 새벽까지 일해야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급한일이 남아 주말에도 노트북 싸들고와서 3-4시간은 일을 하고요.
내가 콜센터에서 일 하나 싶게 문의 전화와 메신저가 오고, 그럼 계속 하던 업무에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회사 시스템과 규정이 재직했던 모든 회사를 통틀어 가장 엉망이고 복잡해서 불필요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됩니다. 그래서 퇴근시간이 지나서야 조용히 내 일을 할수있으니 야근하게 됩니다.
사실 사원~대리급 업무인데
제가 입사한 무렵 대리 한명이 퇴사해서 그 일을 맡았고, 팀장님 마음에 드는 직원을 못뽑아서 1년째 하고있습니다.
솔직히 콜센터하려고 새벽5시에 일어나 공부해서 AICPA땄나 현타올때도 많습니다.
어쩌다 좀 문의 없이 조용한 날이면
경영진이 던진 일을 조사해야하는 일이 떨어지고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 운영 구조를 알아봐라, SK지배구조도 그려와라 이런.. 그냥 제왕적인 경영진의 단순한 질문에 응하기 위한 의미없는 조사)
그러면 일상업무가 밀려서 야근..
매일 새로운 이슈가 터지고, 시스템문제와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무엇하나 쉽게 되는것이 없습니다.
처음엔 조직에 적응하면 되겠지,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거겠지 하면서 갈아 넣었는데
뭐든 빨리하라고 쪼고, 무엇을 가져가도 이거보다 더 잘해와야한다는 잔소리를 듣습니다.
전직장에서는 계속 최우수 직원상도 받았는데
현 직장에서는 제가 생각해도 뭔가 역량이 펼쳐지지가 않고 그냥 쫓아가고 쳐내기 바쁘고, 신경쓸일은 너무나 많고 그만큼 실수도 많아지고 자꾸 주늑들고..
그래서 자존감도 너무 떨어집니다.
오늘은 지난주 금요일에 밤새워 일하고 주말에도 일해서 만든 자료로 보고를 했는데,
그 내용중에 한 자회사 손익이 좋아졌고,
그 회사는 매년 4분기에는 손익이 좋았다는
기록과 그 이유도 찾아서 보고드렸는데,,
다 무시하고 자회사가 회계처리를 잘못하는거 아니냐며
직접 가서 자회사 장부 까고 틀린거 있으면 시정하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자회사는 얼마전에 중간 감사도 받았고 이슈 없었다고 말씀드렸더니
회계사들이 제대로 하겠냐며 직접 하라고,
다음달에도 이런소리 하게 만들거냐고 하시더군요.
연결회계담당자가 자회사 장부 실사하는건 듣도보도 못한일이거니와,
회계감사 통과한 장부를 더 뜯어고칠 이유도 없고
현재 업무도 허덕이는데 작은 회사도 아닌 자회사 장부를 우리회사 장부만큼 감찰하는게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뭔가 버티던 마지막 끈이 끊어진 느낌의 절망감이 밀려오더군요.. ‘나는 다음달에도, 내년에도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업무 지시를 받고, 그걸 못해냈다고 쪼이겠구나’
윗사람들이 저만 미워해서 생트집 잡고 일 몰아주는게 아니라 회사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잘하면할수록 일을 더 주거나 더 개선하라고 쪼아서
점점 더 빨라지는 쳇바퀴를 돌리는 쥐가 된 느낌..
제가 국내 큰 회사는 처음 다녀보는거라.. 원래 다 이런데 제가 부족한건지,이 회사가 유난인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원인이 회사이든 제 부족함이든 뭐든간에
안면 근육에 경련이 생기고 몸 여기저기 염증이 생기고있고,
너무 지쳐서 이직할 에너지도 남지 않았다고 느껴져서
퇴사하고 3개월정도만 쉬고싶어요.
그 다음엔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그냥 정상적으로 일하고 퇴근할수있는 회사 다니고 싶습니다.
현재 연봉은 5500이고 그정도만 맞으면 되고요..
나이가 걸리는데… 쉬었다가 재취업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