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리더십
* 이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적어봅니다
* 반응 좋으면 시리즈로 갑니다. ㅎㅎ
대기업을 다닐 때 리더십은 <지식>과 <카리스마>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신 LG전자의 조성진 부회장님 같은 경우가 대표적 사례일 것 같습니다. 고졸임에도 세탁기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해박해 '세탁기 박사'라고 불렸던 그는 휘하의 팀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오면 그 자리에서 본인이 드라이버 들고 분해 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여기 여기는 볼트가 필요없는데 디자인도 흉하고 비용도 많이 나오게 왜 구멍을 냈느냐" 단위까지 피드백을 줬다고 하니. 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사람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리더들은 마주한 문제를 푸는 풀이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더 업그레이드 할 때 이런 리더의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예를 들어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하면, 당장 답은 모르지만 "이러 저러한 테스트를 하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고 리더는 말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리더가 무엇을 테스트 해야 할지를 정하고 아랫사람이 최대한 빠르게 테스트를 하다 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위에서 문제를 정의해주고, 아래에서 실행하는 구조가 됩니다. 그게 가장 효율적 입니다. 삼성 메모리 반도체가 세계 최강인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다릅니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아닌, 없던 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리더는 풀이 방법을 제시할 수 없습니다. 기존해 자신도 이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리더는 무엇을 하느냐. 자신과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그 아이디어를 테스트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자율'과 '책임'에서 많이 나옵니다. 각자가 주체가 되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모든 팀원에게 제시하면, 모두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렇게 아이디어가 모이면 그 중 무엇이 가장 먼저 시도하기 좋은지를 토론합니다. 토론 과정에서 윗사람 아랫사람의 관계는 대부분 성립이 안됩니다. 둘 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function적인 전문성은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이를 융합하여 방향성을 정합니다.
스타트업이 수평적인 것은 멋있어 보이거나 단순히 '사기 진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사는 조직이어서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오늘 많이 회자된 이승건 대표님의 인터뷰 제목 "자유 주면 영웅이 나온다"도 그런 뜻인 것 같습니다. (저 따위가 감히 이 대표님의 철학을 논할 주제는 아니지만)
밥 먹고 다른 스타트업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몇 자 적어봤습니다. 제 말도 당연히 정답은 아니므로 많은 토론을 기대합니다. 말씀드린데로, 반응 좋으면 다시 돌아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