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더러 밥 좀 사라는 남자친구
저는 20대 후반, 남자친구는 30대 초반 커플이에요.
저희는 평일에는 각자 일 때문에 바쁘고 피곤해서 보통 한 번 정도 잠깐 보고, 주말에 제대로 데이트를 하는 편이에요. 밖에서 만나면 밥은 거의 남자친구가 사고 커피나 디저트, 영화 같은 건 제가 내거나 반반씩 내요.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저보다 나이도 있고 벌이도 조금 더 나아서인지 초반부터 밥은 자기가 사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게 고마워서 다른 부분에서 더 쓰려고 노력하고요.
문제는 저희가 집 데이트를 꽤 자주 한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저희 집에서 보는데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거의 매번 제가 음식을 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토요일 오후에 저희 집에서 만나기로 하면 저는 그 전날이나 토요일 오전에 미리 장을 봐요.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해주려고 생면이랑 해산물, 비싼 치즈 같은 걸 사기도 하고, 주말 저녁이니까 스테이크를 구워주려고 한우를 사 온 적도 많아요. 남자친구는 보통 빈손으로 오거나 가끔 디저트 정도 사 오는 정도고요.
솔직히 마트 가서 장 한 번 보면 기본 5~7만 원은 그냥 깨지잖아요. 비싼 재료 사는 날은 10만 원 훌쩍 넘을 때도 있고요. 이렇게 제가 장 봐온 걸로 정성껏 요리해서 주면 남자친구는 정말 맛있게 먹어줘요. 그 모습이 예뻐서 저도 힘들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요리를 했고요.
그런데 어제였어요. 저희 집에서 제가 해준 닭볶음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제가 그제 장 봐둔 과일을 깎아 먹으면서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는데요. 남자친구가 갑자기 툭 던지는 말투로 이러는 거예요.
"근데 자기는 왜 밥 한 번 안 사?"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어요. 너무 황당해서 "어?" 하고 되물었더니, 남자친구는 "아니, 밖에서 데이트할 때 보면 밥은 항상 나만 사잖아. 너는 나한테 밥 사주기 싫어?" 이러는 겁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어요. 제가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해준 밥들은 그럼 뭔지... 밖에서 사 먹는 밥만 밥이고 제가 재료 사 와서 정성껏 차려준 밥은 밥이 아닌 건가요?
너무 서운하고 어이가 없어서 "오빠, 내가 집에서 해주는 밥은 밥 아니야? 내가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장 보는 데 돈이 안 드는 줄 알아?" 하고 쏘아붙였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도 밖에서 제대로 된 밥을 한 번쯤은 사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을 흐리더라고요.
제대로 된 밥이라니요. 그럼 제가 해준 밥은 제대로 된 밥이 아니라는 건지, 저 진짜 요리 잘 하고, 친구들 초대해서 주면 밖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이렇게 대접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감동받기도 하는데 말이에요. 어이가 없어서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남자친구는 그냥 집으로 돌아갔고 저는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나서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집에서 요리해주는 건 그냥 당연한 거고 돈 쓰는 걸로 쳐주지도 않는 건가요? 밖에서 비싼 밥 사주는 것만이 '밥을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남자친구의 생각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져요.
그렇다고 제가 매번 해주는 요리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너무 고맙다고 너무 맛있다고도 말해줬는데 뭐가 진짜 마음인 걸까요?
제가 정말 밥 한 번 안 사는 이기적인 여자친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