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성공적인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방법을 논의하였는데, 말씀 드렸던 것처럼 기본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체계적인 제도화 없이는 하나마나 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 결국 신사업을 하기 위해서 가장 적은 투자와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 또는 Proof-of-Concept(PoC: 어떠한 기술을 실제 환경에 적용하여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데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는데, 이 중에 대표적인 예로는 협업에 대한 눈높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협업을 원하는 기업이나 스타트업이나 각자의 분야에서는 나름의 전문가일지도 모르지만 두 가지의 다른 산업 영역의 기술을 융합하는 데에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각 산업 별로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하여 불량율을 개선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반도체의 예를 들면, 칩을 설계할 때 특정 기능을 하는 블럭이 전류가 흐르는 회로에 가깝거나 하면 노이즈가 타서 데이터 값이 틀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AI를 적용해서 이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고 설계를 최적화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다만 Vision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산업 노하우 없이는 반도체 내에서 노이즈가 발생하는 원인은 알 수가 없고 또한 학습시킨 DB가 왜 성능이 잘 나오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건설 중인 구조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분석하는 AI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다른 산업의 두 플레이어가 협업을 위해서는 What & Why에 기반한 R&R 분배가 중요합니다. AI 기술을 접목하고 싶은 기업의 전문가는 스타트업의 AI 기술의 활용 방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고, 스타트업의 AI 전문가는 기업의 기술 전문가가 제시하는 Parameter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해당 Parameter들을 선정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서로의 지식을 교환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외주처로 생각하여 작업지도서를 작성하여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요구사양에 맞춰 본인들이 보유한 솔루션을 튜닝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형태의 협업이 성공하는 경우는 동일 업계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일 때의 몇 안 되는 케이스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은 Lean Startup에 입각하여 솔루션을 구상합니다. 이는 Build-Measure-Learn의 3개 단계로, 세운 가설을 테스트 해보고 정량적 결과물을 검증하여 수정 포인트를 찾고, 계속해서 반복하며 답을 찾아내는 방법입니다. 기업은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런 단계적인 검증 과정을 지원하며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반대로 스타트업의 경우 산업 전문가의 피드백을 통해 가설의 적절성을 검증 받고, 본인들의 기존 생각이 틀렸다면 빠르게 수정해야 합니다.
이런 형태의 협업을 위해서는 처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PoC 과정 전반에 대한 Project Management를 맡기고 각자의 R&R을 명확히 정하여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의 경험치가 쌓이게 되면 외부의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협업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또는 협업부서에 산업 전문가 중 스타트업 경험이나 Open Innovation 경험이 풍부한 담당자를 배치하여 내부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전파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십을 위한 OI 시리즈 이전 편들은 하기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1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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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형 인재가 되어라 시리즈는 하기 링크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롤로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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