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너무 싫습니다. 그가 있는 곳이 지옥 같아요.
어버이날. 거리에 넘쳐나는 카네이션. 저는 그게 다 기괴한 연극처럼 느껴집니다.
남들은 '그래도 키워주신 분인데'라고 쉽게 말하겠죠. 하지만 그 키워줬다는 명목하에 행해진 폭언 또는 폭행과 가스라이팅, 본인의 기분에 따라 휘둘리던 집안 분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릅니다.
어릴 때는 엄마가 너무 가여웠습니다. 제발 이혼하라고 울고불고 매달리기도 했지만 본인이 참으면 된다며, '너 결혼할 때 아빠 없는 자식 소리 듣게 할 수 없다'며 완강히 거부하셨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딨냐고, 그런 일로 무시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사절이니 제발 이혼해서 우리 같이 고통에서 벗어나자고 했지만 요지부동이시죠. 결국 엄마도 똑같습니다.
그사람은 항상 취해 있습니다. 취하면 폭력적이 되죠. 근데 항상 취해있으니 항상 폭력적이죠 ㅎㅎ
폭언도, 때로는 폭행도 서슴치 않으십니다. 서른이 넘은 이 나이에도, 술병을 뺏았다가 맞았습니다. 집에 늦게(10시 넘어서) 들어갔다고 맞았습니다. 뭐만 하면 이놈의 새끼가! 를 입에 달고 사시죠. 내가 뭘 잘못했다고 때리냐 했더니 내가 내 새끼 때리는데 무슨 상관이냐, 이건 훈육이다 했던 것도 생각나네요.
엄마와 저를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본인의 소유물로 생각하시죠. 그래서 걱정과 공감이라는 게 없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밤. 너무 아파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바닥을 기어가다 소리를 질렀습니다. 119 좀 불러달라고 진통제 좀 달라고. 엄마는 부산스럽게 약을 찾고 있는데 그사람은 멀뚱히 쳐다만 보더군요. 뭐 어쩌라는 거지 하는 표정. 엄마가 새벽에 차를 몰고 저를 응급실로 데려갔습니다. 맹장이 터졌더군요.
엄마가 크게 아프셨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본인 형제들한테 전화해서 온갖 불쌍한 척 다 하며, 밥 차려줄 사람이 없다, 집에 여자가 없으니 집이 엉망이다... 뭐 이런 말을 했다더군요. 아픈 엄마가 아니라 본인 끼니와 쾌적한 환경이 더 중요했던 거죠.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살겠다는 핑계로 집을 나와 살고 있지만 여전합니다. 엄마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무뎌지신 거죠.
차라리 고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백번도 더 했습니다. 오늘같은 날, 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퇴근 후 본가로 가야 할 제가 너무 서럽습니다. 엄마 생각하면 가야 하니까요, 그래도 아버지 꽃바구니는 챙겨오라고 엄마가 그랬으니까. 그래야 엄마가 편안하니까.
다들 화목하신가요? 가내평안하신가요? 저는 위태롭게 '겉으로' 평안을 지키고 있습니다. 마음은 지옥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