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내 일보다 ‘사람’을 먼저 선택했던 어느 금요일
올해를 돌이켜보면 화려한 성과나 숫자로 설명할 만한 ‘대단한 일’보다는,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지만
스스로 꽤 오래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새로 온 팀 동료에게 인수인계를 하던 시기였어요.
아직 업무 구조가 익숙하지 않은 동료가 연차를 쓰는 날,
그 동료가 맡고있던 업무에서 갑자기 긴급 이슈가 터졌습니다.
그 순간 선택지는 둘이었죠.
“내 일부터 처리하고 나중에 도와줄까?”
혹은
“내 업무는 밀리더라도, 먼저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저는 두 번째를 골랐습니다.
평소라면 ‘왜 내가…’라는 마음이 들 법도 했지만,
그날은 묘하게도 그런 감정이 없었습니다.
막막해할 걸 알았고,
누군가 한 번쯤은 이런 자리를 대신 채워줘야 팀이 굴러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냥, 측은지심 반 / 책임감 반으로 조용히 일을 처리했습니다.
물론 그 대가는 명확했습니다.
제 업무는 뒤로 밀렸고,
결국 금요일 저녁,
사무실의 불이 거의 다 꺼진 조용한 시간에
혼자 남아 야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괜히 도왔나…” 같은 후회는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래, 이런 선택은 나중의 나라도 칭찬해줄 일이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에서는 결국 결과가 중요하겠지만,
저에게는 그날의 선택이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습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내가 나 자신에게 조금은 더 좋아지는 순간이기도 했고요.
2025년의 제 기록 중
조용하지만 꽤 따뜻했던 한 장면을 이렇게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