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임산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초기 임산부입니다.
아직 겉으로는 체감이 안되는데, 막상 겪어보니 겉모습과는 다르게 제 몸은 꽤 많은 변화를 겪고 있더라고요. 호르몬 때문인지 이유 없이 기운이 떨어지기도 하고, 입덧 때문에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날들이 반복됩니다.
그래서인지 출퇴근길에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임신을 하고 나서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여러 의견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배려석’일 뿐 의무는 아니라는 의견, 임산부가 오면 그때 양보하면 된다는 의견 등. 저 역시 임신 전에는 그런 생각들에 공감하던 사람이었기에,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막상 제가 임산부가 되어 보니,
배려를 바라는 것도, 요청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계신 분들 중에는 눈을 감고 계신 분도 있고, 임산부 뱃지를 보고도 모른 척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혹시 양보해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하고,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에 밀려 임산부 배려석에서 멀어졌을 때, 저 멀리 비어 있는 임산부 배려석이 보이면 ‘한번 가볼까’ 하며 힘을 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이미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이면(멀리서는 임산부인지, 뱃지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인파를 뚫고 더 움직일 힘도, 의지도 사라지더군요.
오늘은 속이 심하게 울렁거리고 숨이 가빠지면서 빈혈 증상까지 와 출근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날이었어서,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임산부 배려석이 아님에도 선뜻 자리를 양보해 주셨던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출퇴근하고 계실 모든 임산부 분들 힘내시길 바라며, 조금만 더 서로를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