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는 승리합니다.
헤어진 인연은 다시 만나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이 있죠.
읽다 덮어둔 책을 다시 꺼내 읽는 것과 같아서 결말은 항상 똑같다는 말, 저 역시 그 명제에 깊이 공감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 금기를 제 손으로 깼네요.
어제부로 전 연인과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존버는 성공합니다.
헤어짐을 통보 당한 날... 여자친구에게 울면서 매달리기 보단 그날부터 존버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카톡 프사나 인스타를 염탐하지도 않고, 괜히 '자니?' 연락하지도 않고, 그저 그 사람 없이도 제법 잘 굴러가는 일상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운동을 끊고, 업무에 매진하고, 주말에는 억지로라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미련을 다 버려서가 아닙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마주쳤을 때, 미련 철철 넘치는 구질구질한 모습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쉽진 않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을 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기간으로 썼습니다.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즈음에 아주 심플한 연락이 먼저 왔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누구나 한 번쯤 받아봤을 법한 흔한 안부 문자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미쳐 날뛰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식사 자리에서 우리는 예전의 날 선 감정 없이 꽤 성숙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가 없었던 반년의 시간을 공유하며, 역설적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를 인정하게 됐습니다.
다시 시작해보자는 말은 굳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나왔네요.
성공적인 존버의 핵심은 상대방이 언제쯤 연락 올까 핸드폰만 쳐다보고 기다리는 게 아니더군요.
그 사람이 언젠가 내 안부를 확인했을 때 다시 곁에 두고 싶을 만큼 괜찮은 사람으로 서 있는 게 진짜 존버의 기술이었습니다.
똑같은 책을 다시 읽는 건 맞지만 제 독해력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으니 이번에는 결말을 다르게 해석해 볼 생각입니다. ㅎㅎ
지금 이 시간에도 헤어진 연인의 연락을 기다리며 속을 끓이고 계실 분들께 조용한 응원을 보냅니다.
버티십시오.
단, 본인의 일상을 아주 단단하게 지탱하면서 버티시길 바랍니다.
존버는 결국 성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