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마케팅) 이제 시장의 가늠자는 갬성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술의 시대입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 같은 개념은 더 이상 미래의 상징이 아니라 이미 일상 속에 녹아든 풍경이 되었습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고, 인공지능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주며,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의 습관과 취향을 정밀하게 기록합니다. 이제 기술이 없는 삶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그 자체는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떤 경험과 울림을 만들어내느냐입니다. 이 시대의 승부는 기술보다 갬성에 달려 있습니다.
패션 산업을 보더라도 기능만 따진다면 옷은 몸을 가리고 추위를 막으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하는 브랜드는 단순히 원단이나 봉제 기술 때문만이 아닙니다. 나이키의 운동화를 신는 것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도전과 성취’라는 메시지를 함께 체화하는 경험이고, 아디다스를 입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살아간다는 느낌을 얻습니다. 기술적 완성도는 비슷할 수 있지만, 갬성이 브랜드의 위상을 결정합니다.
커피 시장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타벅스의 커피가 세계 최고 품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커피 애호가들은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다른 브랜드에서 찾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는 커피라는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제3의 공간’이라는 갬성을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공간 안에서 일하고, 대화하고, 잠시 머무는 경험을 소비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 본질은 감성이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 흐름은 선명합니다. 전기차 기술은 이제 특정 기업만의 것이 아닙니다. 폭스바겐, 현대, BYD 모두 훌륭한 전기차를 만듭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여전히 상징적인 브랜드로 남아 있습니다. 테슬라를 산다는 것은 단순히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앞서 달린다는 기분, 혁신의 일부가 된다는 감각을 함께 사는 것입니다. 자동차라는 기술에 스토리와 상징성을 덧입힌 감성이 결국 브랜드의 힘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소셜미디어의 성공 역시 기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동영상 스트리밍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능했지만, 유튜브가 세계적인 플랫폼이 된 것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갬성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다는 해방감, 또 다른 세계와 연결된다는 감각이 기술 위에 덧입혀진 것입니다. 틱톡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도 짧은 순간에 감정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감성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시대를 주도하는 힘은 갬성입니다. 기술은 누구나 보유할 수 있는 기본기가 되었지만, 그 위에 어떤 이야기와 경험을 얹느냐에 따라 가치는 수십 배로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기능이나 효율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마음을 흔드는 서사, 삶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경험,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원합니다.
앞으로의 승자는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아닙니다. 기술을 넘어, 그 기술 위에 감성을 창조하고 전달하는 사람과 기업이야말로 이 시대를 주도할 것입니다.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그 위에 어떤 갬성을 쌓아 올리느냐가 모든 경쟁의 결정적 승부처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