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만난지 32년차, 엘베에서 볼뽀뽀 해주는 신랑 =)
* 32년 삶을 돌아보는 긴 글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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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초여름에 신랑을 처음 만났습니다.
첫 직장, 저는 발주처 사업관리 담당이었고 신랑은 수주처 개발사 대리님 이었어요.
업무 특성 상 야간에 시스템 업데이트를 해야하다보니 밤샘 작업을 자주 같이 하다가 정분이 났더랬어요. 😅
올해로 32년이 되었네요.
극강T라서 결혼 이후에 남의 편인가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은 제 편을 해준 신랑이었어요.
16년 전 녹내장 투병 중이던 신랑, 시력 손상이 심해져 이른 은퇴를 하던 날 가장이 된다는 부담감이 훅 오더라구요.
그 때부터 저는 외벌이, 신랑은 재무부 장관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밖에서, 신랑은 집 안에서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전투를 치열하게 해오고 있어요.
2년 전 3월, 위중한 병기의 암환자가 되어 신랑 몰래 스위스 행을 알아보다가 신랑에게 암밍아웃을 했어요.
30년을 사는 동안 눈물 보인 적 없던 신랑이 제 암 판정 소식에 대성통곡을 하더라구요.
세포독성 항암으로 머리카락과 손톱, 발톱이 빠질 때도, 고열과 저혈압으로 응급실 갈 때도, 수술실에 들어갈 때도...
신랑은 늘 부딪혀 멍이 가득한 무릎으로 제 곁을 지켜줬어요.
비싸디 비싼 비급여 표적항암제를 먹고 있고, 전이•재발이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씩씩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고 제 곁에는 신랑님이 계십니다. ㅎㅎ
오늘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엘베에서 볼에 뽀뽀를 해주더라구요. CCTV 있다고 하니까... 신랑이 "우리 불륜인 줄 알겠다 ㅋㅋ" 하길래 둘이 한참 웃었습니다.
내가 몸이 아프지 정신이 아프냐?!
절대 안진다!
몸 속 암시키들한테 선전포고를 해주고 맛나게 저녁 만들어 먹었습니다.
32년차 삶의 우여곡절을 같이 겪은
동지이자 전우인 신랑님!
리멤버 뜨기 전에 은퇴해서,
눈이 아파서 이 글 못 보겠지만...
지금이 제일 좋으네요!
딱 이 만큼만, 오늘 같이만 살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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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모든 분들께...
폭삭 속았수다!
o(^-^o) (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