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문제다”에서 한 발 더: 구조 정리와 결과 패키징, 이렇게 해보세요
이전 글에서 “구조를 정리해보고, 내가 만들어낸 결과를 패키징해보라”는 얘기를 드렸더니, 1번과 2번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를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만 놓고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전제를 하나만 깔고 가겠습니다.
버틸지, 떠날지, 직무를 바꿀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이 두 작업은 손해 볼 게 없습니다. 남아도 쓸모 있고, 나가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자산이라서 그렇습니다.
1. 회사 욕보다 먼저 할 일: ‘구조’를 글로 그려보기
구조 정리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종이 한 장, 노트 앱 한 페이지에 아래 네 가지를 적어보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 의사결정 구조
– 최종 결정을 실제로 누가 내리는지
– 그 사람은 어떤 것에 민감한지 (리스크, 비용, 실적, 정치 등)
– 공식 라인과 비공식 라인이 따로 있는지
B. 이해관계 구조
– 내 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지
– 내가 성과를 내면, 누가 좋아지고 누가 불편해지는지
– 그래서 어떤 저항이 반복해서 발생하는지
C. 성장·보상 구조
– 이 회사에서 “잘했다” 인정받는 기준이 무엇인지 (매출, 비용, 보고, 야근, 분위기 등)
– 승진/보상은 어떤 타이밍,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 그 구조 안에서 내가 더 올라갈 슬롯이 남아 있는지
D. 내가 조정 가능한 범위
– 내가 직접 바꿀 수 있는 것
– 설득하면 바뀔 수 있는 것
– 아무리 해도 안 바뀔 것
이 네 가지를 한 번이라도 글로 정리해보면, “우리 회사 X같다”에서 머무르던 생각이 “아, 여긴 이런 구조라서 이 이상은 어렵겠구나”라는 식으로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이 단계가 끝나야, 남을지 떠날지, 버틸지 구조를 바꿀지에 대한 판단이 조금 덜 감정적이 됩니다.
2. 감정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결과’를 패키징하기
두 번째는 내 일을 바깥에서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이때 많이 쓰는 프레임이 하나 있습니다. 간단히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 문제: 내가 다뤘던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는가
– 제약: 시간·인력·예산 등 어떤 제약조건이 있었는가
– 행동: 그 안에서 내가 직접 설계하고 실행한 포인트는 무엇인가
– 결과: 숫자와 변화를 기준으로, 전·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 배운 점: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고,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혼자 3인분 했다”를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 문제: 기존 프로세스로는 월 100건까지만 처리 가능해서, 신규 고객 유입이 늘어나면 병목이 생기던 상황
– 제약: 인원 충원 계획 없음, 시스템 개선 예산 없음
– 행동: 업무 단계를 재설계하고, 타 팀 업무와 중복되는 부분을 통합해 체크리스트/템플릿으로 정리. 반복 업무는 가이드 문서로 만들고, 나머지 시간은 이슈 처리에 집중하도록 팀 루틴 변경 제안 및 실행
– 결과: 같은 인원으로 월 100건 → 160건까지 처리 가능, 고객 대기 시간 평균 30% 단축
– 배운 점: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고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결국 번아웃 된다는 걸 경험했고, 이후에는 새로운 일에 들어갈 때 항상 프로세스·지표부터 먼저 세팅하게 됨
이 정도로만 정리해도, “나 진짜 열심히 했어요”와는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리더 입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 사람에게는 다음 레벨의 일을 맡기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3. 실제로 해볼 때 막히는 지점
실제로 이 두 가지를 해보면 보통 이런 데서 막힙니다.
– 구조 정리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모르는 게 많네?”라는 느낌이 들 때
– 결과를 정리하려고 보니, 숫자나 전후 비교 자료를 남겨둔 게 없을 때
첫 번째는 회사 사람들(특히 타팀 리더들)에게 더 많이 묻고, 회의록·보고서·공시 자료들을 다시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기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완벽한 숫자가 아니어도, 대략적인 추정치와 전후 비교만 있어도 이야기가 됩니다.
정리하면,
– 구조 정리는 “여기서 더 갈 수 있나, 아닌가”를 냉정하게 보기 위한 작업이고
– 결과 패키징은 “어디로 가든 내가 들고 갈 수 있는 증거”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지금 본인 상황에서 1번(구조 정리)과 2번(결과 패키징) 중 어느 쪽이 더 막히시나요?
댓글에 남겨주시면, 가능한 선에서 케이스 기준으로 한 번씩 같이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