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손님” 호칭이 저만 불편한지?
오래전부터 하나은행은 창구든 전화든 앱이든 “손님”이라 부르는데요.
국립국어원 기준으로 아무리 손님이 고객보다 더 존칭이라고 정의한다고 해도, 관례상 손님이란 그냥 “지나가는 게스트”인데, 24시간 돌아가는 뱅킹 시스템으로 한명 한명 어디다 돈쓰나 모니터링하고 20년째 내 급여 받아 관리하면서 왜 게스트 취급을 할까요?
회장님이 굳건한 의지와 철학 혹은 전략이란건 알지만, 매번 들을때마다 어색하고 불편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성장하고 망할 기미도 안보이니 뭐라할 명분도 없고.
제가 늙은 꼰대라 그런건가 싶기도 한데
다른 “손님”들은 다 괜찮으신가요?
하나은행 직원들은 다 수긍시는지?
- 자기객관화 수행 중 -
- 추가 멘트_2026.02.15 04시 -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정리 좀 하겠습니다.
1. 손님은 순우리말, 고객은 한자어인데, 순우리말 쓰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 단어의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2. 사전적으로, 손님은 거래상대+비거래 상대을 모두 포함하는 표현이고, 고객은 거래고객만을 의미합니다.
은행에 찾아오는 VIP는 고객이지만, 따라온 친구는 고객이 아니라 손님입니다. 즉, 고객이 손님보다 더 높히는 표현이 아니라, 역할을 한정시키는, 즉 종류가 다른 단어입니다.
스승은 교사의 우리말 표현이 아니라 개념의 범위 자체가 다른 단어이면서도 교사보다 더 높은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으니, 교사가 스승이라고 불러달라 그러면 이상하죠.
하지만, 손님과 고객은 높낮이의 문제를 따지자면 오히려 손님이 더 높히는 단어인데, 설사 고객이 더 높은 의미라고 해도 고객이라고 부르길 기대한 것은 높혀달라는 무리한 갑질이 아니라, 이미 가입되어 있고, 거래 실적도 있는데, 왜 매번 나를 처음 본 것처럼 부르는지에 대한 반론입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3. 즉, 식당 같은 무작위 대면 서비스에서는 과거 거래 실적과 무관하게 대응하니까 통칭해서 손님이고,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관리하며 대응하는 경우는 고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미용실은 손님이라고 하지만 준오헤어는 고객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대면 서비스 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채널을 통해 소통하며 고객을 입체적으로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밖에 없는 일반 기업, 금융기관, 브랜드, 프랜차이즈, 플랫폼, 심지어 정부 공공기관 등에서는 손님이라고 안하고 고객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순우리말을 쓰지 않는 반애국적 행위가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순우리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골손님도 정확하진 않습니다. 한번 거래해도 고객이지만 이를 단골손님이라고 할수는 없으니까요. (라고 생각합니다)
4. 손님이 고객이란 의미를 포함하니 손님이라고 써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위 개념의 표현을 쓰면 과하게 일반화됩니다.
네이버에서 로그아웃 상태에서는 visitor, guest로 간주하지만, 회원가입된 상태에서 로그인을 하면 user, client, member가 되지만, 이 모든 경우는 visitor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유튜브 채널도 그냥 보면 시청자(Viewer),, 구독 누르면 구독자(Subscriber), 채널 유료 가입하면 Channel Member가 되는데, 이 모든 경우는 Viewer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내'를 '친한 여자'로, '친구'를 '아는 사람'으로 표현하면, 아내와 친구가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하나은행의 '손님' 호칭은 모든 비거래/거래 대상을 어떤 채널로 대면을 하든 과거 실적을 초기화하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즉 오래전 회원가입했고 로그인을 했는데도 네이버의 guest/visitor로, 유튜브의 Viewer, 결혼을 했는데도 아는 여자로, 생사고락을 한 친구인데 아는 사람으로 하향 평준화하는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은 왜 손님 호칭을 쓸까요? 혹시 공급자 중심의 시대, 인터넷 없던 점포영업 시대, 동전 교환 목적의 은행 방문이 많았던 시대의 산물이 아닐까, 아무도 그 역린을 건드리지 못해서 억지로 쓰고 있는게 아닐까? 저 처럼 단어의 차이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고(틀리든 맞든) 그 기준에서는 잘못된 단어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이것이 오래된 궁금증이고, 은행에도 물어보고, 주변에도 물어보다, 오픈된 공간에 물어본 것입니다. 가령, IMF시절을 겪었는지 여부로 의견이 갈린다라는 인문학적 가설이 하나 나오길 기대한 것입니다.
6. 자기객관화란 표현을 남긴 것은, 제가 오랫동안 찾아봤지만 여전히 단어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그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하나은행이 손님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이론적으로는 틀리더라도, 전략적으로는 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저와 세대나 성별 같은 지오그래픽한 요소나 직업군 등의 차이로 인해, 은행도 익명성 있는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개념으로 보거나 그러기를 바라는 그룹이 majority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손님이라는 표현이 전략적으로는 옳은 표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초 글을 좀 감성적?으로 써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신 것 같은데, 고민의 경위는 이렇고,
1) 손님이라는 호칭에 대한 감정적 입장들의 더 큰 표본을 구하고 싶었고,
2) 무엇이 majority든 생각의 차이가 있다면 왜 그런 차이가 생겼는지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제가 (무분별한 인신공격을 제외한) 댓글에 어떤 질문을 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제 생각을 고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완결성을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끝까지 서로 검증하면서 결론을 만들어가는 분들이 꽤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