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취미가 늘 궁금하고 재밌다
1. 사회는 정직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시절은 끝나고 노력한 만큼 연봉·수익·사업적 성공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절의 시작이다. 사회와 시장은 투입량은 간단히 재끼고 결과만 정산하고, 동일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도 성과는 불균등하게 배분된다. 이 구조에서는 공정성의 자리를 불확실성이 채운다.
2. 내가 만난 사업·투자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본업 외의 영역(운동, 음악, 취미, 술 문화 등)에서 웬만한 전문가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지식과 깊이를 보유하고 있었다. 취미를 감상으로 소비하지 않고 구조, 역사, 메커니즘에 더해 와인에서는 빈티지의 기후와 날씨, 땅이 가진 흙의 힘까지 이해하는 수준으로 해부한다. 마치 본업의 감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 몸부림인 양 노력을 퍼부어 댄다.
3. 이들의 본업은 '복잡계'이자 '비선형 구조'라는 멋진 말로 표장되는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 필드에 있다. 노력 대비 성과가 선형적으로 누적되지 않고 성공은 사후적으로만 설명된다. 예측 가능성과 재현성이 낮은 이 구조에서는 ‘얼마나 노력했는가’보다 ‘어디까지 버텼는가’가 성과를 좌우한다.
4. 그들은 보장이 없는 영역에 노력을 투입하는 것을 비합리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보장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했다. 성공이 보장된 길에는 경쟁자가 몰리고 기대수익은 평균으로 수렴한다는 점을 이해했다. 반대로 보장이 없는 구간에서는 중간 탈락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들은 그 탈락 구간을 통과하는 데 자원을 집중했다.
5. 보상이 없는 구간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이탈했고 장기적 몰입이 가능한 소수만 남았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판단력, 리스크 감내 능력, 복합 변수에 대한 직관은 뒤늦게 성과로 환산됐다. 이 성과는 평균적인 노력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했다.
6. 사회의 보상은 정직하지 않기 때문에 보장되지 않는 노력에 투자하는 사람이 비대칭적 보상을 가져간다. 성공은 가장 똑똑한 사람이나 먼저 시작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보상이 없는 구간을 통과한 사람,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 만든 사람의 몫이다.
7. 결국 격차를 만드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대하는 태도다. 무엇을 하며 고통을 견디고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시간을 보낼 것인가? 그들의 고통 견디기는 장인 정신 + 오덕 지수 + 말도 안되는 깊이로 설명되는 '방망이 깎는 노인의 깎는 기술'로 축적된다. 그들은 이 기술을 가지고 본업뿐만 아니라 본업 외에도 퍼붓는다.
8. 그들의 취미는 여가가 아니라 본업의 불확실성을 다른 형태로 반복 연습하는 공간이다. 젝 웰치가 GE의 차기 CEO를 뽑을 때 제프리 이멜트와 괜히 월드시리즈 야구 이야기만 한 게 아니다. 무언가를 끝까지 깎아 본 사람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능력의 검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본업을 '깎는 기술'로 또 무엇을 지독하게 깎아 놓았을지 늘 궁금하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