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국내 사모펀드 증가 이유 4가지
---아래 글은 '달리오라마의 금융인 양병소' 글을 옮겨 적은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달리오라마입니다. 오늘은 한국에 PE가 왜 계속 증가하고 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PE를 운영하는 GP 하우스의 증가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습니다.
국내에는 2015년도까지 167개의 PE 하우스가 있었습니다. 2022년에는 그 숫자가 415개로 늘었습니다. 7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매년 10% 이상 늘었다는 뜻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E 하우스의 53%(220사)는 AUM 1천억 원 미만의 소형사로 돼 있습니다. 1조 원 이상의 대형사는 8%(35사) 정도입니다. 결국, 최근 독립계 PE 하우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 좁은 나라에 PE 하우스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PE 하우스 증가 배경은 1)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 2) 불만족스러운 성과 배분, 3) 국내 LP의 보수적인 투자 관행, 4) 창업가 정신을 꼽을 수 있습니다.
1.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지난 12년간 연평균 14%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공모 시장이 3%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괄목할 만한 성장입니다. 이 정도 성장률을 보이는 산업은 국내에서는 드뭅니다.
공모 시장이 ETF로 재편이 되고 한국 자본시장이 성숙해지면서 고강도 규제에 놓이게 된 반면, 사모 시장은 일반 법인 참여가 증가하고, 운용의 자율성이 확보돼 있어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됩니다.
한국 산업화 주역인 재벌 1~2세대 창업주들이 모두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될 예정입니다.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리더쉽이 구성돼 있는 미국, 일본과 달리 국내 시장은 오너 경영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상속세 구조 내에서는 독자 승계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지원군인 사모펀드의 역할은 필수적입니다.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신규 진입자가 많아지는 게 당연한 시장 논리입니다. PE 역시 새로운 도전자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치열했던 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불만족스러운 성과 배분
불분명한 그리고 불만족스러운 성과 배분이 주요 임직원의 독립을 초래해 새로운 하우스 설립으로 이어집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과 배분이 높다고 해서 독립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PE의 특성상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성과보수의 분배입니다. 성과보수는 보통 펀드 청산 시점에 수취하게 됩니다. 프로젝트 펀드의 경우 짧게는 3년에 성과보수가 나오기도 하지만, 블라인드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하우스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펀드가 청산됐을 때 분배에 대한 로직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로직이 정립돼 있는 경우에도 로직대로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오너(또는 파트너)가 성과보수가 나왔을 때 사람보다는 돈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떠돕니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 때문에 시니어가 새로운 하우스에 입사할 때 분배 로직과 관련된 개별 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업계가 좀 더 성숙해지고 있고, 점차 하우스마다 성과 배분 로직을 명문화해 가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습니다. 블라인드 펀드 선정할 때 LP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가 담당 운용역 Retention입니다.
성과 배분 받지 못해 독립계 하우스를 만들고, 그후 과거를 잊지 못하고 본인도 성과를 분배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국내 독립계 PE 하우스의 증가에 일조한 부분은 분명해 보입니다.
3. 국내 LP의 보수적인 투자 관행
국내 LP는 보수적인 투자를 지향합니다. 대박보다는 안정적인 회수에 방점을 둡니다. (투자 잘해도 성과 없고, 손실보면 책임 추궁 당하는 문화 속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GP 입장에서는 국내 LP가 고객이고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그렇단 이야기는 결국 모험적인 딜보다는 안정적인 딜을 만들어 가기 마련입니다.
안정적인 딜은 결국 수익률이 저조하기 마련입니다.(Low Risk, Low Return) 저조한 수익률은 결국 성과 보수의 절대 금액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하게 됩니다. 결국 GP 입장에서 주요 수익원은 펀드 조성을 통한 관리보수 수익에 치중하게 됩니다. 안정적인 투자를 해두고 거기서 나오는 대박 성과보다는 매년 꾸준히 나오는 현금흐름에 집중하게 되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미국 PE의 15년 평균 수익률은 IRR 20%를 상회합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제도가 일원화돼 있고, 모험적인 투자에도 LP가 열려 있습니다. (물론 미국 역시 LP들이 오랜 시간 비즈니스 사이클을 겪으며 학습, 성장한 결과입니다.)
이 때문에 결국 성과 보수가 나오게 된다면 국내와는 10배수가 차이가 나곤 합니다. 미국에서는 승진해서 성과 보수(Carried Interest)를 받는 Pool에 포함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인 이유입니다.운용역들이 하나의 딜을 통해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금액을 손에 쥘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겁니다.
결국 파이가 커져야 나눌 수 있는 것도 많아지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홀로서기를 통해 독자 펀드를 설정하고, 작은 파이를 독식하겠다는 생각하는 게 경제적인 생각일 수 있겠습니다.
4. 창업가 정신
한국 자본시장에는 시장에 출사표를 던져 자신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모험가적인 기질의 사람들이 많은 것도 GP 증가의 배경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보수적이고 공무원 등의 안정적인 직업만을 추구한다는 게 시장 통념이었습니다. 때문에 저 역시도 우리나라에 창업가 정신은 없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습니다.
다만, 실제 시장을 보면 이 부분도 양 극단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선택을 하지만 누군가는 극단적인 모험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높은 창업가 정신은 자영업자 비율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는 손에 꼽히게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곳입니다.(경활인구의 약 20%로 OECD 평균 17%를 상회합니다.) 모두 사장의 꿈을 꾸는 곳입니다. 그 기원은 알 수 없습니다.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 봐도 한국은 유니콘 기업 배출 사례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창업하기에 매우 척박한 토양(부모님의 반대, 실패에 대한 낙인 이론, 인프라 부족 등)임에도 지속적으로 뛰어난 기업이 나오는 데에는 한국인의 기업가 정신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은 엄청난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PE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집니다. 제2의 MBK, 한앤코, IMM을 꿈꾸며 하우스 설립을 목표로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 박탈감도 창업가 정신을 추동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사람에게는 절대적 빈곤보다 상대적 빈곤이 더 큰 영향력을 끼칩니다. PE 업계에 몸담은 사람들 대부분은 고액 연봉자입니다. 다만,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사업을 통해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이거나 또는 자신들의 펀드를 통해 Exit 하게 될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도 합니다. PE 설립도 결국은 창업이고, 창업을 통해 부를 이루겠다는 생각이 PE 하우스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 글을 마치며
PE의 설립자본금은 1억 원입니다. 위에서 논의한 요인 외에도 낮아진 설립 자본금 기준도 분명 독립을 쉽게 선택하는 요소입니다. 딜 만 있다고 한다면 나가서 하우스를 만들고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입니다.
PE가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국내 과열된 경쟁을 우려하는 시각도, 불충분한 성과급 배분 구조에 혀를 차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모든 과정이 결국 한국 사모시장 성숙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경쟁력도 갖춰지리라고 기대해 봅니다. 과거 국내 K-POP 시장이 그랬습니다. 지난 20년간 레드오션처럼 치열하게 경쟁하다 지친 보이 그룹, 걸 그룹이 해외로 나갔고, 국내에서 축적된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물론, K-POP처럼 되기에는 갈 길이 멀고 험난합니다. 그래도 국내 시장에 더 이상 예전처럼 칼라일, KKR, 블랙스톤이 호령할 수 없게 된 것도 결국 국내 플레이어의 체급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국내 PE가 글로벌로 나가서 글로벌 탑티어들과 경쟁하는 시장이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그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실력을 갈고닦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