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마케터의 이직 고민..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디어커머스 인하우스로 병행하는 회사들 호시절이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퍼포먼스의 관리가 더 필요해진거고. 더 번다기보다 디테일을 통한 방어의 관점인거 같아요. 투자없이 성장없는..
제 주변 이야기들 들어보면, 나름 살아남는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차이는 대표인거 같아요. 대충 둘중 하나더라구요. 믿고 맡기고 성과책임만 묻는 유형, 아니면 정말 스스로가 밤10시 11시까지 공부하며 고민하는 유형.
근데 주로 채용시장에 마케터 구인하는 회사의 90% 정도는, 대표가 '마케팅 해야겠다는 고민은 하나 제대로 배울 의지는 없고, 옛날 지표만 들고 허황된 욕심을 부리며, 현실적인 데이터에 수긍하지 않고 관심도 없고 80년대식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즉 전략이라는게 없고 인성도 야비한 말단 사원만 못한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물론, 일견 단순한 그분들을 이용하는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그냥 돈 덜쓰고 재구매퍼널만 열어놔도 단기적으로 성과개선한 척 보이기는 쉬우니까요..근데 저처럼 꼰조있고 아닌거 못참는 성격은. 도저히 말이 안 통해요.. 영업이면 살살 맞춰주겠는데, 퍼포먼스 마케팅은 그런식으로 하면 결국 망하거든요. 돈을 쓰면서 버는 분야니까요..내 커리어, 팀원들 커리어(팀장이에요) 전부 방향성 없이 대표 말에 휘둘리고 결국 망해서 엎어쓰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커리어 먹칠이 되니까요..
서설이 길었는데. 이번 회사는 두달전 여러 곳 합격통지 되었을때 가장 먼저 합격통지 온 곳이었습니다. 더 높게 연봉 제시해준 몇군데가 있었는데도, 그냥 신의를 지킨답시고 여기 왔어요.
와서 알게됬는데 입사당시의 세달전 이전의 제 포지션(마케팅팀장) 포함 마케터 2~3명이 우수수 나갔습니다. 분위기 개판이구요, 인수인계 없고 남은 팀원 2명중 한명은 10월에 나간다 그러고. 남은 사람들은 고집센 대표가 하자면 하자는데로, 의견 물어보면 잘 모르겠고 의지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컨텐츠 마케터가 10월에 나간다고 일 열심히 안하는데, 대표는 사람 잘 안뽑힌다고 그직원 눈치보고있고 더 뽑지는 않고, 저보고 신매체(틱톡) 집행시키더니 다짜고짜 한달뒤에 한달간 뭐했냐고 효율 줄었다고, roas 300% 내놓으라고 하십디다. 제가 틱톡 처음이라고 했더니, 그럼 중단 안시키고 뭐했냡니다. 한달반 됬을때의 일입니다.. 그 뒤로 다른 직원들 칼퇴할때 밤 9시 10시까지 일했습니다.
두달이 된 지금, 그분은 수습계약서도 작성 안해주고, 생각보다 실적이 낮다며, 전달보다 목표매출 30% 더 잡은 저를 탓하며 본계약서 연봉을 조정하자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회장님 눈치가 보인다고 하고(바지예요..) 제 경력연차대비 연봉 높으면 다른곳 갈곳 없다고 제 걱정을 해주시네요..
제가 생각좀 해보겠다고 월요일날 얘기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요? 저는 정말 이제는 한 3~4년은 충성하며 키울 브랜드나 회사에 있고 싶습니다. 작지만 탄탄한 원석같은 기업을 키워내고 제 커리어로도 삼고싶은 그 꿈이.. '대표'라는 두 글자 앞에서 초라하고 허망한 꿈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힘든 주말이네요..
+ 헤드헌터한테 전화와서 직원수 10명남짓 그런데는 흔히 그런다고 언제까지 그런곳 있을거냐, 자리잡아야 결혼도 하고 나중에 업계에서도 인정받는거라는 식으로 충고하네요. 제게 무슨 꿈이 있건, 이게 현실이라는 기분도 들고요. 자존감 바닥이네요